자본시장법 위반·횡령 무죄…증거인멸 교사만 유죄
"코링크PE에 건넨 돈은 대여금"…조국 재판에 영향 줄 듯
'정경심 사모펀드 공모' 대부분 무죄…남은 재판 영향은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중 처음으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일부 혐의는 조씨와 연관돼 있어 이번 판결이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정경심과 공모 혐의 무죄…증거인멸만 유죄 인정
검찰이 기소한 조씨의 혐의 중 정 교수와 직접 공모한 부분은 크게 세 부분이다.

이 가운데 핵심으로 평가받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은 대부분 무죄가 확정됐다.

자본시장법 위반은 정 교수 가족의 자금 14억원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블루펀드'에 출자받고도 약정금을 99억4천만원으로 부풀려 금융당국에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1·2심 모두 사모펀드가 출자 약정액보다 적은 금액을 투자받고 운영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없어 거짓보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고,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횡령은 정 교수로부터 총 10억원을 빌리거나 투자받는 대가로 코링크PE 자금 1억5천여만원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건넨 혐의다.

이 중 절반인 7천여만원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정 교수와의 공모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 교수와 공모한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것은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다.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이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조씨가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정 교수 남매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정경심 사모펀드 공모' 대부분 무죄…남은 재판 영향은
◇ 檢 '정경심 전부 유죄' 입증 계획 차질 빚을까
이 같은 조씨의 확정 판결은 정 교수의 1심 판결과도 같은 결론이다.

정 교수도 1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은 무죄, 증거인멸 교사는 유죄 판단을 받았다.

정 교수의 1심 판결은 지난해 12월 23일 나왔고, 조씨는 반년 앞선 같은 해 6월 30일 1심 선고를 받았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로서는 조씨 사건의 1심 판결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던 셈이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항소심 재판이다.

검찰은 1심의 무죄 판단을, 정 교수는 1심의 유죄 판단을 문제 삼으면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1심의 일부 무죄 판단을 모두 뒤집고 전부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공범 관계인 조씨가 이날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에 무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원칙적으로 각 재판부는 독립적인 판단이 보장돼 정 교수의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단과 달리 유죄를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정 교수가 상고하면 대법원에서는 조씨 사건과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 정경심이 건넨 돈 '대여냐 투자냐'…엇갈린 판단
정 교수의 1심 판결과 확정된 조씨의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정 교수가 조씨 측에 2015년과 2017년 2차례에 걸쳐 건넨 10억원의 성격이다.

정 교수는 이 돈이 '빌려준 돈'이고, 이에 따라 이자 명목으로 1억5천여만원을 받았을 뿐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씨 사건에서는 1·2심 모두 10억원이 대여금으로 인정됐으나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이를 투자금으로 판단하면서도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빌린 돈이건 투자한 돈이건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은 것이 횡령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사건에서는 이 부분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민정수석 취임 이후에도 10억원을 코링크PE에 투자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