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번화가·관광지 들뜬 분위기에 방역수칙 '실종'
지자체들, 확산 차단 안간힘…"거리두기 완화 시기상조" 의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에서 8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현장의 긴장감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곳곳의 유흥·식당가에서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띄고, 바닷가 등 주요 관광지에도 주야를 불문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다음달 1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기준인원 제한이 완화되는 데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시민들의 경각심과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긴장 풀어진 방역현장…새 거리두기 앞두고 커지는 '우려'

◇ 술집·식당서 사라진 거리두기…관광지에도 술병 등 쓰레기 가득
30일 정오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주점거리의 몇몇 식당은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으나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백반 음식점에서는 테이블 10여개의 간격이 1m가 채 되지 않았고 손님들은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기 또는 전자 출입명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의 카페에서도 좁은 매장 안에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어 방역에 취약해 보였다.

특히 반년 이상 영업시간이 제한됐던 수도권의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진 탓에 긴장감이 더 풀어진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제주도내 해수욕장은 정식 개장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낮에는 물론 밤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사장이나 방파제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음식물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시 도심과 가까운 이호해수욕장에서 최근 야간에 모래밭이나 방파제 등에 사람들이 모여앉아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다.

날이 밝고 나서 모래밭 곳곳에 잔뜩 쌓인 빈 술병 등 쓰레기는 그만큼 밤새 많은 사람이 이곳에 머물렀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제주시는 지역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들이 휴식차 자주 찾는 제주시 탑동광장과 테마거리도 전면 폐쇄했다.

긴장 풀어진 방역현장…새 거리두기 앞두고 커지는 '우려'

◇ 물놀이 행사 취소 '뒷북'…'진단검사 행정명령' 등 방역 강화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수백명이 광장에서 물총놀이를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에버랜드 측은 지난 27일 광장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공연을 즐기는 '슈팅 워터펀' 행사를 기획해 실제 수백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에버랜드는 관람객에게 거리두기 준수를 요청했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지난 28일 코로나19 관련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 전파 위험도가 큰 행사는 기본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에버랜드는 같은 날 홈페이지 게시판에 물총놀이 운영 중단을 알리는 공지글을 올렸다.

수도권 지자체 곳곳에서는 유흥업소나 학원가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최근 노래방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자 관내 181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진단 검사 결과가 음성임을 확인한 후 영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밀폐, 밀집된 공간에서는 감염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더욱 철저하게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어학원 관련 확진자가 급증한 경기 성남시도 학원 종사자들이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지난 28일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상자는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의 종사자로, 지난 3월 기준 학원 수는 1천961곳에 달한다.

강사, 일반직원, 학원 차량 운전자 등이 모두 대상자이며 백신 1차 접종 후 2주 이상 지난 접종자들은 제외됐다.

긴장 풀어진 방역현장…새 거리두기 앞두고 커지는 '우려'

◇ "거리두기 완화 시기상조…접종률 먼저 높여야" 의견도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일주일간 수도권에서 하루 평균 46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새로운 거리두기에서 3단계 기준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반장은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는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최근 일주일간 평균 환자 수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2단계가 적용될 예정이지만, 수도권의 유행이 커져 단계 상향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신속하게 단계 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백신 1차 접종도 다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기준 국민 29.8%가 1차 예방접종을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얀센 접종을 한 회사원 김모(31·경기 고양시)씨는 "백신 2차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 내에 백신 1차 접종을 했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2명이나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회식 등 단체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여서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어학원 관련 누적 감염자가 40명이 넘어선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 불안을 호소하는 회원들도 많았다.

카페 회원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소식에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하는 것이냐", "변이 바이러스도 있어서 아직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불안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긴장 풀어진 방역현장…새 거리두기 앞두고 커지는 '우려'

(권숙희 전지혜 김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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