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사안 엄중히 인식…재임용 제외 결정"
"한국외대 외국인 교수, 수업 중 성적 묘사로 성희롱"(종합)
한국외대 외국인 교수가 수업시간에 노골적인 성 묘사가 담긴 문학작품을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신고가 접수돼 학교 성평등센터가 조사에 나섰다.

25일 한국외대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서양어대학 A 교수는 지난해 2학기 회화·작문 수업에서 성폭행 관련 내용을 담은 교재로 강의하며 책 전반을 학생들에게 읽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인물이 생리를 경험하는 장면을 두고 몇몇 여학생들에게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 게 가능한가'라고 질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그 이전에도 수업시간에 성폭력·성매매·성도착자 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다루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모두 읽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생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특정 국가 문학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묘사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다루며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교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성적 불쾌감을 느낀 피해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학생들은 지난 2월과 3월 2차례 학내 성평등센터에 A 교수를 신고했고, 센터 측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센터 측이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센터 관계자는 "사건이 복잡하고 참고인들도 많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A 교수는 아울러 4년 전부터 조교들에게 어린이집 예약, 출입국관리소 동행, 은행 업무 등 개인적인 일들을 부탁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취미생활인 사진 촬영도 여러 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자각하고 더 이상 피해를 당하는 학생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A 교수는 학생들의 성희롱 문제 제기에 대해 "수업시간에 문학작품을 토론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외대는 "학교 본부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인사소위원회를 서둘러 개최해 본부와 이사회가 (A교수에 대한) 재임용 제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