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코라손 아키노와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 아들
2010∼2016년 재임 기간에 반부패 캠페인 전개…전역서 애도 물결
'필리핀 민주화 상징의 아들' 아키노 전 대통령 61세로 타계(종합)
필리핀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정치 명문가 출신인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6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가 이날 오전 6시30분께 병원에서 숨졌으며, 사인은 당뇨병에 의한 신부전증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주요 경제 개혁을 주도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물러났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와 독재에 저항하던 정치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 사이에서 지난 1960년 2월 8일 태어났다.

아키노 가문은 필리핀에서 손꼽히는 대지주이자 정치 명문가로 통한다.

어머니와 아들을 대통령으로 배출한 집안도 전세계를 통틀어 아키노 가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부친은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지난 1983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마치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군인들에 의해 암살됐다.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필리핀 전역에서 시민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인 이른바 '피플 파워'(People Power)가 전개됐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모친은 타계한 남편의 후광에 힘입어 지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대통령에 당선돼 필리핀을 통치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모친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1987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목 부위에 맞은 실탄 한발은 결국 제거하지 못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2009년 모친이 암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하자 다음해 대선에 뒤늦게 뛰어들어 당선됐다.

그는 재임 기간에 빈곤 퇴치에도 주력했다.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제소해 자국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지난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는 한때 한국계를 비롯한 일부 여성들과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평생을 미혼으로 지냈다.

아키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필리핀 전역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테오도로 록신 외교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푸른 바다처럼 청렴했다"면서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대통령궁도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고인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친절하고 깨끗한 영혼을 지녔다"면서 고인을 기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