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 아니면서
개인적 '비폭력 신념' 따른
군입대 거부자에 무죄 판결

"소수자 존중" vs "개인 신념 남용"
판결 놓고 찬반 논란 가열
일각선 병역거부 늘어날까 우려
대법원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비폭력 신념에 따라 현역 입대를 거부한 사람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비(非)여호와의 증인 신도 중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무죄가 지난 2월 확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현역 입영을 거부했는데도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심은 정황사실로 증명해야”
大法 '비종교적 병역거부'에 첫 무죄 확정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종교적 신앙과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에서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나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이자 대한성공회 교인인 A씨는 자신을 ‘퀴어 페미니스트’로 규정했다. 앞서 정씨는 1·2심 재판을 통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꼈다”며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와 생물학적 성(性)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열린 1심은 이런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는 2018년 11월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례를 바꾸기 이전의 판결이었다. 이후 지난해 열린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상고심 재판부 역시 “진정한 양심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어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바 없다”고 2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현역 입대를 거부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기독교 신앙만을 근거로 병역 거부를 주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과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상 확대될까
최근 대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잇따라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에는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16차례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B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으며, 미군이 기관총을 난사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영상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아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지게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적 신념’보다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인을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두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상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선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면서도 “개인적 신념이라는 용어가 모호해 남용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인 조용현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오랜 시간 개인의 삶에서 신념을 증명해올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인정된 것”이라며 “갑자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는 대상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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