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과에 컴퓨터 통합 논의

교육부 교원양성委서 개편 추진
과학·정보교육계 "시대역행" 반발

SW 공교육 부실하니 사교육行
대치동 학원가 코딩이 필수 코스
AI인재 1만명 키운다면서…교대 컴퓨터 과목 사라지나

교육당국이 교육대학의 교과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기본 이수과목인 컴퓨터 과목을 없애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교대 기본 이수과목에 컴퓨터 과목이 없어지면 교원의 정보교육 역량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원 정보교육 역량 부족해질 것”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달 말 개최한 ‘교원양성체제 혁신위원회(혁신위)’의 첫 회의에서 교대 기본 이수과목에 있는 ‘초등컴퓨터’ 과목과 ‘초등과학’ ‘초등실과’를 통합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이들 3개 과목을 ‘과학·실과’로 통합하자는 내용이다. 혁신위는 교원양성체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 위원회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위원장으로 모두 23인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진 것은 교대 규모에 비해 교육과정이 많아 교과 재편 필요성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초등학교 현장에서 정보 교육이 ‘실과’ 과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과학·정보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교대 학생들은 기본 이수과목을 공통으로 이수하고, 선택으로 심화과목을 듣는다. “교대의 초등컴퓨터 학점은 5~6학점으로 지금도 부족한 수준인데, 실과로 합쳐지면 교육시간이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과학·정보교육계의 주장이다. 한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정부에서 ‘AI 인재 1만 명 양성’을 내걸고 그 어느 때보다 실력 있는 정보교사 양성과 질 높은 정보교육 수업을 제공해야 할 시점에 이 같은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처 내 정책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21년 초·중등 교원양성대학 AI 교육강화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예비 교원 단계에서 AI 지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한쪽에서는 교원의 정보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교원의 정보교육 역량을 줄이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초안일 뿐 수정될 여지가 있다”며 “25일 열릴 2차 회의에서 이와 관련된 재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SW교육, 학교에서 안 하니 학원 간다”
SW, AI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공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초·중등 과정에서 의무로 지정된 SW 교육은 초등학교가 17시간, 중학교가 34시간이다. 고등학교는 선택 과목이다. 한 맘카페에서는 ‘파이선(코딩 언어)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으냐’ ‘코딩 학원 추천을 부탁드린다’는 질문이 비일비재하다. 서울 대치동, 목동 학원가에서는 중학생·고등학생의 필수 코스로 ‘코딩 학원’이 꼽히고 있다.

한국정보교육학회가 학부모 27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66.5%(1848명)는 이미 SW 사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42.9%는 ‘학교 교육이 부족해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김남영/이시은 기자 nykim@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