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의 불똥은 기업에까지 튀고 있다. ‘남성 혐오’의 상징을 마케팅용 이미지에 몰래 숨겨 넣었다는 의혹에 불매운동 타깃이 되는가 하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일단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면 어떤 해명에도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에 휘말리는 것이 기업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혐(남성혐오)·여혐(여성혐오) 이미지를 덧씌워 기업을 집중 공격하는 행태가 주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시작되고 있다. 남성 네티즌은 ‘남혐 이미지’가 담긴 기업의 포스터 등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다른 이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이런 의혹 제기가 억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 드가자”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는 “자, 들어가자”라는 문장의 경상도 사투리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공격을 시작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공격에 기업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편의점업체는 포스터에 삽입된 ‘집게 손’ 이미지가 페미니즘 성향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패션업계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무신사도 비슷한 이유로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여성 회원 전용 쿠폰을 발행하고, 여기에 항의하는 남성 이용자를 60일 이용 정지 조치한 게 논란이 됐다. 제너시스BBQ, 카카오뱅크, 네이버, 카카오 등도 ‘남혐 이미지’ 또는 ‘남혐 용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

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품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손가락 모양이 의도치 않게 오해를 샀다”는 얘기다. ‘허버허버’ ‘오조오억’ 같은 인터넷에서 ‘남혐 용어’로 쓰이는 표현을 사용한 기업들은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허버허버는 여성이 차려주는 음식을 남성이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오조오억은 남성의 정자 숫자를 표현한 것이란 게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네티즌의 주장이다.

기업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찍히면’ 어떤 해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