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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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다 큰 아들이 집 앞에 나가서 사라졌고 며칠 만에 한강에서 발견되었고 수상한 정황이 이렇게 많은데 '열심히 했지만 수사를 종료하겠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한강 실종 사망 대학생 아버지 손 씨)

"애지중지 키운 다 큰 아들이 집 앞에서 실종되고 며칠 후 한강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거라기보다는 한강공원에서 새벽까지 만취 후 며칠 뒤 익사체로 발견된 거라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요? 술을 자꾸 빼면 해답을 못 찾죠." (손 씨 입장 기사에 한 네티즌의 댓글)

한강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 사망한 채 발견된 대학생 부친이 21일 "변사 사건 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 말에 경찰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면서 "수상한 정황이 이렇게 많은데 수사가 종료돼선 안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손 씨는 이날 블로그 글을 통해 "일선에 있는 서초경찰서 형사분들이야말로 고생하셨고 힘드셨을 것이다"라며 "많은 분이 관심이 있으니 해결하고 싶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초기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유용한 증거나 증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은 인원이 이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유족 입장에선 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다 큰 아들이 집 앞에 나가서 사라졌고 며칠 만에 한강에서 발견되었고 수상한 정황이 이렇게 많은데 '열심히 했지만 수사를 종료하겠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수사를 경찰만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경찰이 종료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탄원서를 통해 다른 민생수사를 위해 소수라도 좋으니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서 수사를 지속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면서 "아들 머리에 난 상처는 어떻게 발생했고 그건 입수 경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런 것에는 더 미련이 없나"라고 물었다.

손 씨는 "국어사전에 보면 생존권은 '살아있을 권리'라고 나오는데 제 아들의 생존권이 채 두어 달의 수사밖에 가치가 없는지 의문이다"라며 "많은 분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 내게도 혹은 내 가족에게도 생길 수 있으니 조금 더 수사를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라고 했다.

이어 "아들이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지 모르고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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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종결을 앞두고 서울 경찰청은 지난 21일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의위 위원장을 경찰서장으로 격상하고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확대 구성한 심의위를 개최한다"며 "외부위원은 전문가 단체의 추천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 훈령의 변사사건 처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의 변사사건심의위는 변사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유족이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이 밖에 경찰서장이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열게 된다. 심의위 결정에 따라 수사 종결 여부가 결정되는 이 절차에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당신 아들만 왜 특혜를 받아야 하나. 경찰 인력이 부족하지만 이미 할 만큼 했다", "더는 공권력 낭비되는 거 반대한다. 할 만큼 했고 타살 정황이 없다. 수사해야 할 다른 사건이 얼마나 많다", "만취해서 사망한 걸 경찰이 옆에서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아나. 더 수사하면 달라질 게 뭔가" 등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안타깝지만 힘내라.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하늘이나 알 수 있다", "자식을 그것도 똑똑하고 다정했던 아들을 잃은 심정이야 오죽하겠나. 하지만 아드님 수사 상황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많은 수사 인력이 동원됐다"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앞서 손 씨는 한강에 설치된 사망한 아들 추모 공간에 대한 구청 관리에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을 추모해 준 소중한 추억들, 구청에 부탁했더니 서울시 관할이라 이관했다고 하는데 뭘 들은게 없다"며 "비가 많이 와서 싹 떠내려가길 바라는 사람들 같다. 알아서 관리해주시고 보관까지 해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손 씨는 아들과 마지막까지 술을 마신 친구 A씨에게 "진실을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A 씨는 만취 후 블랙아웃으로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발견된 A 씨 휴대전화에서 별다른 범행 정황 및 혈흔 반응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사건이 '사고사'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경찰은 실종 시간대 한강공원을 출입한 차량 총 154대를 특정해 블랙박스를 확보해 확인했다. A 씨와 관련해선 프로파일러 면담 및 최면 수사를 진행됐다. A씨 아버지의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포렌식도 완료했지만 별다른 타살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매스컴 탔다고 해서 그때마다 일반 국민들한테 일일이 수사 진행 상황 보고해야 하나"라며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저 사건 맡은 형사팀은 온통 저 사건에 매달려 있을 텐데 퇴근도 못 하고 평소보다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그 팀에 배정받은 사건들은 기약 없이 뒤로 밀리는 것이고 그럼 뒤로 밀리는 사건들 CCTV나 블랙박스 지워지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럼 다른 팀에서 확인하면 안 되냐고? 그럼 그 팀이 들고 있던 사건들은 또 뒤로 밀린다"며 "의대생 사망 사건은 매스컴 탔으니까 중요하고 다른 사건들은 주목받지 못했으니 별거 아닌 건가"라고 적었다.

경찰은 한강 사망 대학생 사건 관련해 "강력 7개 팀 전원을 투입해 A씨를 7번, A씨 부모는 3번 조사했으며 A씨 노트북과 아이패드, A씨 가족의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 했다"고 밝혔다. 또 기동대와 한강경찰대 등 연인원 약 500명을 동원했고 드론‧수색견까지 투입해 실종 단계부터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