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가져오겠다고 들어왔지만 현재 극단주의 절정"
아프간 전 대통령 "미국,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나"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난다고 비판했다.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20년전 극단주의와 싸우고 안정을 가져오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품고 아프간에 들어왔지만, 오늘날 극단주의가 절정에 달했다"라면서 "그들은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이 실패를 저지른 것도 인정하지만, 아프간보다 힘과 권력이 강한 이들은 어땠냐"라면서 "그들은 아프간을 재앙과 치욕 속에 버려두고 떠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작전은 극단주의나 테러리즘이 아니라 아프간 마을들과 희망이 대상이었다"라면서 "아프간에 감옥을 짓고 아프간인들을 가두고 모든 마을을 폭격했는데 이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아프간인들끼리 싸울 필요가 없다면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모두) 아프간인들의 삶과 아프간의 번영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싸움은 파멸을 의미한다"라면서 "아프간은 '우리' 나라이고 서로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2001년 미국의 지원에 과도정부 수반이 됐고 2004년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2009년 재선에 성공해 2014년까지 재임했고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의 재임 중 아프간은 기반시설이 복구되고 여성이 다시 사회에 나오는 성과가 있었지만, 부패도 만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막판엔 부패척결 등을 요구하는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했으며 미국과 아프간의 불편한 관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요구를 탈레반이 거절하자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은 20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로 하고 철군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9월 11일 이전까지 철군을 마치겠다는 일정표를 내놨고 지난달 1일 철군작업을 시작해 현재 50% 이상 진행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작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철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지원중단을 주고받는 평화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미군이 아프간에서 물러난 뒤에도 탈레반이 이를 준수할지는 미지수며 탈레반은 지난달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자 지배력을 넓히려는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아프간 전 대통령 "미국,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