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20∼50대 백신접종 이전이라 위험" vs "접종률 30% 넘으면 유행 억제"
'인도 변이' 확산 차단 주력해야…"영국, 50% 접종률에도 하루 확진자 1만명"
전문가들, 7월 거리두기 완화에 "시기상조…확진자 증가 불가피"
정부가 20일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회활동 주 연령층인 20∼50대에 대한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조치가 한층 완화된 새 거리두기 체계를 내달부터 곧바로 시행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전체 국민의 30%가량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만큼 장기적으로는 확진자가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와 별개로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 차단에 한층 더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 "'거리두기 완화→확진자 증가' 당연…새 거리두기 적용시점 일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7월부터 적용할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 기준을 완화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사적모임 가능 인원은 첫 2주간은 6명까지, 그 이후로는 8명까지 늘어나고 비수도권은 아예 모임인원 제한이 없어진다.

수도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현재 밤 10시에서 12시까지로 2시간 늘어나고, 그동안 문을 닫았던 유흥시설의 영업도 재개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 수도권에서 6명, 8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되면 일반적인 모임이나 단체 회식까지 가능해진다"며 "아직 20∼50대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 상태라면 7월부터 분명히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앞서 새 개편안이 시범 적용 중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늘었다"며 "여기에 접종을 마친 사람을 제외하면 (모임 인원은) 더 늘어나게 될 텐데 지금 보면 접종 전에 감염된 확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방 접종이 (유행 억제에) 효과는 있겠지만, 거리두기 체계가 그 이상으로 완화되면 백신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새 거리두기 적용 시점을) 몇 주 정도 늦춰도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3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유행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금방은 아니지만, 점차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집단에서 면역 형성자 비율이 20%를 넘어가면 가시적인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며 "접종자의 70%가 면역이 형성된다고 가정하면 현 상황에서 국민의 30%가 접종을 받으면 차단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7월 거리두기 완화에 "시기상조…확진자 증가 불가피"
전문가들은 그간 집합금지 조치로 문을 닫았던 유흥시설의 영업이 재개되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천 교수는 "유흥시설이 대다수 지하에 있고, 음주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특성상 종사자·이용자 모두 의심 증상이 생겨도 검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비수도권 유흥시설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고, 또 수도권도 지금 검사로 나온 인원이 (관련) 확진자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은 다른 지역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수도권은 인구 밀도가 높아 한번 유행이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하다 보면 (방역수칙이) 흐트러지면서 접촉이 많아질 것"이라면서도 "유흥시설의 영업 중지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는 만큼 당국과 지자체, 언론의 계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7월 거리두기 완화에 "시기상조…확진자 증가 불가피"
◇ '백신 무력화' 가능성 인도 변이가 변수…"mRNA 백신 우선 접종 전략 세워야"
전문가들은 아울러 인도 유래 변이인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면서 국내유입 차단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 교수는 "델타 변이의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국내에서도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를 추월했다"며 "델타 변이가 확산한 영국의 경우 전 인구의 절반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는데도 1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백신을 맞으면 100%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변이로 인한) '돌파 감염'이 분명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델타 변이를 심각하게 보고, 미리미리 앞서서 수칙을 마련해 확산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도 "델타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검역 단계에서 잘 통제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역 확산세가 나타나면 유연하게 (단계를) 조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 역시 "영국 사례에서 보듯 변이 바이러스 유입 등의 요인으로 인해 확진자 수는 언제든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반기부터 백신 수급 상황이 나아지는 만큼 모더나·화이자 백신 등 변이 바이러스 방어 효과가 좀 더 높고, 1·2차 접종 간격이 짧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 접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천 교수는 "7월부터는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이 짧고, 변이 예방효과가 높은 mRNA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며 "mRNA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강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전략을 바꾸면 (변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