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가 국내외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 등 70여개 기관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평균 3.4%로 점쳐지고 있다.

이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2008년 3.8%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가 된다.

블룸버그의 3월 집계 때에는 평균 전망치가 2.3%였으나 4월 2.5%, 5월 2.9% 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집계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체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 전인 11일에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전망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런 전망치의 우상향 흐름은 반도체 칩 부족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에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국제유가와 구리·주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 등이 반영되면서 가속화됐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도 2월에는 1년 전보다 1.7% 오르는 데 그쳤지만 3월 2.6%, 4월 4.2%, 5월 5.0% 등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이 올해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내놓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도 3.4%로 지난 3월 전망치보다 0.8%나 상향 조정됐다.

연준 금리 인상 빨라지나…미 소비자물가 상향 전망 잇따라
연준은 최근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흐름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과도한 미 정부의 재정 지출이 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평균 2.5%로 연준의 물가 목표치(2.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릴 만큼 물가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연준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서는 2023년 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일단 물가 등 경제가 불안한 일부 신흥국들은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4.25%로 0.75%포인트 올려 올해 들어 3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11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며 올해 3차례 인상을 했다.

브라질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5%이고 러시아는 5.2%다.

선진국 가운데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이달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9월에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한국 역시 금리 조정 깜빡이를 켠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표] 블룸버그가 70여 기관을 상대로 집계한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추이(단위:%)
┌─────┬─────┬─────┬────┬────┬────┬────┐
│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
├─────┼─────┼─────┼────┼────┼────┼────┤
│2021년 │ 2.1│ 2.2│ 2.3│ 2.5│ 2.9│ 3.4│
├─────┼─────┼─────┼────┼────┼────┼────┤
│2022년 │ 2.1│ 2.1│ 2.1│ 2.1│ 2.3│ 2.5│
└─────┴─────┴─────┴────┴────┴────┴────┘

※ 블룸버그 집계 자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