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조사권 삭제·조사 중단 요구권 확대'에 우려
군인권보호관 법안 발의됐지만…"6년 전보다도 후퇴"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인권보호관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과거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군대 내 인권침해 조사와 권리 구제를 담당할 군인권보호관을 국가인권위에 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대표 발의로 계류 중이다.

군인권보호관 논의는 2014년 19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윤 일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그 이듬해 군인권보호관을 명칭으로 하는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결의했다.

이후 황영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아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냈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시민단체들은 19·20대 국회 발의안과 비교해 현재 발의안은 인권위의 군부대 불시방문 조사권한을 없애고 국방부 장관의 방문조사 중단 요구권은 폭넓게 인정해 문제라고 지적한다.

황영철·백혜련 의원안은 인권위가 방문조사할 때 해당 부대장에게 취지·일시·장소를 미리 통지하되, 조사가 긴급히 이뤄져야 하거나 사전 통지할 경우 조사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국방부 장관에게 통지해야 불시 방문조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렸다.

국방부 장관이 방문조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도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거나 국가비상사태 또는 작전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등 방문조사를 받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확대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옴부즈맨 제도를 두면서 피감기관의 조사 중단 요구권을 넣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 기밀이거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피조사기관이 인권위 조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인권위법 37조7항2호 개정도 이번 발의안에서는 빠졌다.

19·20대 법안에는 군대 내 인권침해 사건 조사와 관련해 해당 조항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인권위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아울러 과거 법안은 인권위 상임위원을 1명 늘려 군인권보호관을 맡기고, 군인권보호관 업무를 지원하는 '군인권본부'를 인권위 사무처와 별도로 두도록 했으나 이런 내용도 빠졌다.

김 사무국장은 "조승래 의원안을 시행했을 때 바뀌는 건 기존 상임위원이 군인권보호관 감투 하나 더 쓰는 것 외에는 없다"며 "국방부가 거부할 수 있는 방문조사와 자료제출은 지금 인권위 군인권조사과도 하는 일"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최근 민주당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태스크포스(TF)에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