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던 검찰 직제개편안이 입법예고됐다. 논란의 핵심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 승인권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직접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반쪽짜리 수용안에 불과하다”며 “상위법과 상충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관 승인은 빠져…대신 총장 승인 받아야

檢 "장관 승인 빠졌지만…직접수사 때 총장 승인 따로 받으라니"
법무부는 18일 행정안전부와 합의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입법예고 기간 추가로 조율을 이어갈 계획이다.

입법예고된 조직개편안에는 그동안 논란이 돼온 ‘법무부 장관 승인’ 부분은 빠졌다. 지난달 법무부는 일선 지청에서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개편안 초안을 내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에 부딪힌 바 있다. 대검도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며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는데, 이번에 이 내용이 빠지면서 법무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맡는 전담 부서가 없는 일선청의 경우 형사부 가운데 말(末)부 한 곳에서만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다만 6대 범죄 중 경제범죄는 일반 형사부에서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부산지방검찰청에 반부패부가 필요하다는 대검의 요구에 따라 반부패·강력수사부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 1·2부는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통폐합된다. 직접수사 사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강력범죄형사부는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로 바뀌어 경찰의 주요 사건 영장심사나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등을 담당한다.

상위법과 상충…“권력수사 저지” 우려도

이번에 입법예고된 검찰 조직개편안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내용”이라며 “사실상 ‘검수완박’을 위한 초석이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상위법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검찰청법 4조는 ‘검사는 공익 대표자로서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상위법에서 개별 검사들의 수사권을 명시해놨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은 내부 승인을 먼저 받아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 검사의 권한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대 지청 중 하나인 부산지검에 반부패부를 마련해주는 방안으로 ‘검찰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접점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수사를 개시할 때 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못박아 놨다”며 “정권 입장에선 장(長) 한 명만 사로잡으면 추후 권력수사에 ‘태클’을 걸 수 있게끔 장치를 해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