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SOFA 협정에 따라 국가 권한·사무에 해당…주민투표 대상 안 돼"
"감염병 예방 책무는 부산시에 있으나 시설 폐쇄 권한은 없어"
시민단체 "납득할 수 없는 판결" 항소 의사 밝혀
"부산항 미 세균실험실, 국가사무에 속해" 주민투표 소송 기각(종합)

부산항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거부한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시민단체의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부산지법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18일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발의한 이 사건은 SOFA 협정에 따라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으로 주민투표법상 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원고 측이 감염병 예방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따라 부산시가 시설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달리 봤다.

재판부는 "감염병 예방법 제4조와 제49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예방·관리, 재난 등으로부터 국민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나, 이 사건 시설의 폐쇄에 관해서는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피고(부산시)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쳐달라고 부산시에 요구했지만, 시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행정안전부 질의 결과 해당 사안은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여서 주민 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추진위는 "세균실험실에 반입한 생물작용제 중 보툴리늄은 감염병예방법상 제1급 감염병이자 생물테러 감염병원이며 고위험병원체"라며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을 예방하고 방역 대책 등을 수립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자치사무)"라며 반박했다.

추진위는 "감염병예방법을 보면 부산시는 오염이 의심되는 시설인 주한 미군 세균실험실의 폐쇄를 명령할 수 있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에서도 8부두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자치 사무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항 미 세균실험실, 국가사무에 속해" 주민투표 소송 기각(종합)

이날 기각 판결에 따라 추진위가 계획한 향후 주민투표 추진 등은 차질이 예상된다.

판결 뒤 추진위 측은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주한미군기지 내 위험시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방 외교 담당 부서들이 그 업무 주체라고 인정한 법원 판결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비판했다.

추진위가 항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소송은 2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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