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뼈대에 외벽 파편 널려…하루 지나 비 내려도 불길 여전
소방 "열기 상상 이상…내부 진입 못 하고 외부 진화만"


불이 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약 1㎞ 떨어진 이천시 마장면 영동고속도로 덕평나들목에서도 회색 연기를 내뿜는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보였다.

18일 오전, 불이 난 건물과 300m가량 떨어진 취재진 대기 장소에서 본 건물의 모습은 전날보다 더 처참했다.
폭격 맞은 듯한 쿠팡물류센터…검은 연기에 매캐한 냄새 진동
밤새 이어진 불로 건물의 절반 이상이 까맣게 타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외벽 파편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폭격을 맞은 듯했다.

매캐한 냄새도 코를 찔렀고 이따금 불길을 견디지 못한 유리가 "쨍"하고 깨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물류센터 건물을 소방차 20여 대가 둘러싼 채 소방차 방수포에서 나온 물줄기가 이틀째 건물 내부로 쏟아졌지만 아직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거센 화염 탓에 건물 내부 진입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소방관들은 지친 몸을 쉬게 하는 대신 건물 주변 바닥에 걸터앉아 건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날 잠시 불이 약해졌을 때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홀로 나오지 못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김모(52) 소방경이 아직 건물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은 하루가 지나 빗줄기가 내리는 상황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건물 내부에 물품과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상자, 비닐, 스티커류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은 탓이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는 데에도 애를 쓰고 있다.

이 건물과 인접해 겨우 50m 떨어진 곳에는 다른 대기업의 물류센터가 있다.

규모도 쿠팡물류센터와 비슷할 정도로 크다.

이 때문에 당국은 쿠팡물류센터를 둘러싼 소방차 전열에서 6대를 빼 쿠팡물류센터와 옆 물류센터 사이 도로에 펜스처럼 배치했다.

이들 6대는 방수포를 쏘지 않고 대기하는 상황이지만, 만일의 확산에 대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열기가 상상 이상이고 건물 붕괴 위험도 있어 현재 내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외부 진화작업만 하고 있다"며 "안전진단이 이뤄진 뒤 그 결과를 보고 진화작업과 구조작업 재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격 맞은 듯한 쿠팡물류센터…검은 연기에 매캐한 냄새 진동
이번 화재는 전날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7천178.58㎡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여 분만에 관할 소방서와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 장비 60여대와 인력 150여명을 동원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다.

이후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19분께 큰 불길이 잡히며 기세가 누그러지자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작업을 하면서 경보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께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해 낮 12시 14분에 대응 2단계가 재차 발령된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