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물류센터 화재, 왜

지하 2층서 발화 추정…고립 소방관 1명 구조 못해
인근 상수도 설비 미흡…붕괴 위험에 내부진입 어려워
"우레탄폼 주로 사용하는 건물 특성상 화재에 취약"
17일 하루 종일 계속된 불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뼈대만 남았다.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하는 종이 박스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불길이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건물에 상수도 설비가 돼 있지 않은 것도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뉴스1

17일 하루 종일 계속된 불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뼈대만 남았다.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하는 종이 박스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불길이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건물에 상수도 설비가 돼 있지 않은 것도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뉴스1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17일 새벽 발생한 화재가 건물 전체를 삼켰다. 하루 종일 지속된 화마로 건물 접근이 어려워 고립된 소방관 한 명에 대한 구조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화재는 오전 5시36분께 발생했다. 새벽 근무교대로 현장에 투입됐거나 남아 있던 작업자 248명은 대피했다. 불은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의 전기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의혹
소방당국은 오전 5시46분에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동원했다. 그 결과 화재 2시간40분 만인 오전 8시19분께 큰 불길을 일단 잡았다.

하지만 낮 12시15분께 불씨가 재발화해 소방관 한 명이 5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산소통만 맨 채 고립됐고, 한 명은 화재진압 과정에서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고립된 소방관은 주변 선반 위에 놓인 가연물들이 갑자기 쏟아져 내리면서 화염과 연기가 발생해 오전 11시30~11시40분 사이에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은 저녁이 되면서 연면적 12만7178㎡ 규모 물류센터 전체로 번졌다.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하는 종이 박스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불길이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이렇게까지 확산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재 발생 초기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돼 소방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박수종 경기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소방 선착대가 현장에 왔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상태로 확인했으나 작동이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사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건물에 상수도 설비가 돼 있지 않아 수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인근 옆 건물로 화재가 번질 가능성까지 고려해 소방차를 추가로 배치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건물 붕괴가 우려돼 소방대원들이 적극적으로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물류센터 화재
물류센터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21일 경기 군포의 한 물류센터에서는 담뱃불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2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같은 날 부산 강서구의 한 물류센터 창고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불과 8일 만에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다시 대형 화재가 났다. 이 화재로 48명의 사상자 및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는 건물 구조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물류센터는 저렴하고 단열 효과가 뛰어난 샌드위치 패널로 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양쪽의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어 만든 건축 재료 중 하나로 물류센터를 지을 때 흔히 사용된다. 이 스티로폼과 우레탄폼은 가연성 물질이다.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2014년 준공됐다. 쿠팡 전체 물류센터 중에서도 인천물류센터와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주로 수도권 서남부 배송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 제품을 취급하는 센터로, 이번 화재로 상품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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