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울시에 “시내버스 운영 대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노선 90% 이상이 적자일 정도로 운송수지가 악화된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감사원은 17일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감사 결과 서울시에 “시내버스 중·장기 감차 계획을 수립·추진하라”고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또 적정 시내버스 인가 대수를 넘어선 차량에는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등 서울시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번 감사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규모가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부산시를 대상으로 작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시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 수는 2010년 459만5000명에서 2019년 405만3000명으로 감소했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적자 노선 비율은 계속 증가해 2019년 기준 437개 노선 중 405개(92.7%)가 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가 지하철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과 하루 이용객 수가 감소 추세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중·장기 감차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감차 계획이나 단축운행 계획 등을 수립·발표해 왔고, 이마저 버스회사의 반발 등으로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차 지연으로 서울시 버스 운행의 효율성·경제성이 떨어지고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이 증가하면 결국 요금 인상 등 시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며 “장기적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지속 가능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준공영제는 민영과 공영을 결합한 형태로, 지자체가 노선·요금 조정 등 관리 권한을 갖는 대신 민간 버스회사에 적정 이윤과 운송비용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도 시내버스 감차가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자체가 운수업체에 일방적으로 감차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당장 감사원의 지적을 실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할관청이 감차 관련 개선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부터 추진해야 한다”며 “법적 근거 없이 감차를 추진하면 운수업체가 행정처분에 불응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국토교통부에 관할관청이 버스 운행대수 조정 권한을 갖도록 여객법 제23조 단서를 신설해달라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건의했다.

임도원/정지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