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문흥식 전 5·18 단체회장 어떻게 유공자 됐나
조직폭력배 출신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5·18 유공자로 인정받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철거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16일 5·18 구속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문 전 회장은 2015년 제7차 광주시 5·18 보상심의위원회에서 14등급 부상자로 인정돼 5·18 유공자가 됐다.

5·18 부상자의 경우 부상 정도에 따라 1∼14등급, 기타 1∼2등급으로 나뉜다.

이를 두고 문 전 회장은 주변인들에게 "시위하는 것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계엄군에게 끌려가 구타 등을 당했다"고 자신이 유공자가 된 경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가 2004년과 2006년 이뤄진 5차, 6차 보상심의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7차에서 인정받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특별한 증거 없이 증인으로만 유공자를 인정받는 '인우 보증' 방식으로 유공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전 회장이 조직폭력배로 이름을 올린 건 5·18 민주화운동 이후의 일이다.

그는 1987년 결성된 신양오비(OB)파에서 행동대장으로 활약하다 이후 부두목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상심의를 주관한 광주시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문 전 회장이 유공자로 인정된 경위 등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5·18 유공자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회장은 2007년 재개발·재건축 대행업체인 미래로개발을 차려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관여하고 이권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해 업체 선정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3일 돌연 미국으로 도피했다.

수사팀은 미국에 있는 문 전 회장과 연락이 닿았고, 귀국해 조사를 받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