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선처 호소…"수사도 수십번, 재판만 백수십번"
원세훈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잔인하다는 생각밖에"
각종 정치공작 혐의로 기소돼 4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자신에 대한 수사·재판·형벌이 너무 가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등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 기일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이같이 밝혔다.

원 전 원장은 먼저 "제가 일하는 동안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이) 저를 괴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도 수십번 했고 재판만 백몇십 번을 받았다"며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이어 "제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려는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다"며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2013년 7월부터 종합 건강검진을 한 번도 못 받고 있다"며 "건강한 몸으로 (재판을) 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이날 확정되지 않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면서 원 전 원장이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공작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으며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예산을 사용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과거 '댓글공작'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적폐 청산'을 위한 대대적인 재수사가 진행돼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총 9차례나 기소됐다.

1·2심 모두 원 전 원장의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권양숙 여사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법리상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국정원의 직권남용을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직권남용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해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다시 재판토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