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증거조사 진행 못해…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열기로
'사법농단' 임종헌 "증거조사 법대로"…재판장과 설전(종합)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15일 증거의 요지만 요약해 설명하는 증거조사 방식에 반발하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기일에서 의견 진술 기회를 얻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가 증거서류 전부를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증거서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요지만 낭독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이에 임 전 차장 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은 "개정 형사소송법은 '증거서류의 요지를 고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반성적 취지로 증거서류를 낭독하는 내용을 담아 입법적 결단이 이뤄졌다"며 "수사기관이 작성한 서류에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서류를 낭독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면 매번 이의를 제기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원칙에 따라 발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난색을 보이며 "개정 이후에도 형사소송법 292조 3항에 따르면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는 내용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증거서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식으로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재판장의 말은 일반론"이라며 "이것은 재판 기관이 입법자의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마인드(자세)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은 또 재판부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법조 산업의 매출이 연간 2조∼3조원인데 무속·역술 분야는 매출이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무속·역술이 법조계와 다른 점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점이고, 바꿔 말해 법조계는 이유를 설명해야만 한다"는 논리도 댔다.

임 전 차장은 피고인석에서 변호인과 재판장의 설전을 지켜보다가 발언 기회를 얻어 "전체 내용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서에 의한 재판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판 중심주의를 구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후 재판에서 내용 고지로 증거조사를 갈음한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했다.

재판부는 "한 글자 빠짐없이 읽는 게 과연 재판부 구성원들이 증거가치를 파악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 될지 의문"이라며 "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수긍하기 어렵고 법이 예정하고 있는 선택 가능한 방법의 하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거에 동의하지 않는 사유를 밝혀달라는 재판부의 요구에도 "의견을 정리해서 낼 생각이 없다.

부동의면 부동의지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각을 세웠다.

변호인은 "법정에 처음에 온 변호사라고 홀대·하대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해 "숙의했지만, 변호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결론내렸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예정됐던 증거조사는 진행 방식을 둘러싼 임 전 차장 측의 항의로 열리지 못한 채 재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다음 공판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