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모기지 보험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5000만원 높일 수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소비자는 그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농협은행은 전세대출과 우량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도 0.2%포인트 축소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이다. 대형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이달 들어서만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4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5일부터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MCI·MCG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차주가 대출을 갚지 못하고 집이 경매에 넘어갈 상황에 대비해 최우선 변제금액을 대출금으로 미리 지급한다. 소비자는 보험료를 내고 그만큼 더 대출받을 수 있는 셈이다. 최우선 변제금액은 서울 5000만원, 용인·화성·김포·세종 4300만원 등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올 5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대폭 올랐다.은행에서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한도까지 대출받으려면 이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가령 서울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LTV 40%를 적용한 최대 한도는 3억60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이 금액을 모두 대출받으려면 MCI에 가입해야 한다. 보증을 끼지 않으면 서울지역 최우선 변제금액 5000만원을 뺀 3억1000만원까지만 대출이 나온다. 앞서 신한은행도 올 3월부터 이 대출을 한시 중단했다.농협은행은 16일부터 전세대출과 우량 신용대출 우대금리도 축소한다. 전세대출은 금리우대 최대 한도가 1.0%에서 0.8%로 줄어든다.농협은행은 전세대출 차주에게 거래 실적에 따라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깎아줬지만 앞으론 0.3%포인트로 감면 폭을 줄인다. 우량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신나는 직장인대출’과 ‘튼튼직장인대출’도 우대 한도를 1.2%에서 1.0%로 줄인다.앞서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5개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 우대 혜택을 0.1~0.5%포인트 축소한다고 공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가 월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며 “아직 조치를 하지 않은 은행도 ‘대출 쏠림’이 벌어지면 결국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중도에 희망퇴직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은행업이 힘든 건가요?"신한은행이 지난 11일 ‘중간 명퇴’를 받겠다는 소식은 전 금융권에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최근 취재원으로부터 질문을 들었다. 은행업이 힘든 건 아니다. 최근 시장 금리가 뛰고 있다. 기준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상승은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대부분의 은행에 호재다.은행 희망퇴직은 대부분 연초 연말에 ‘정기적’이뤄진다.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직원이 대상이다. 신한은행이 이례적로 연중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배경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은행 측은 이달 초 노동조합에 희망퇴직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혜택은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15년 이상 근속하면 최대 월급의 36개월치를 지급한다. 자녀학자금 및 배우자 건강검진 지원, 창업지원 및 재채용 옵션 등이 포함돼있다.'가능한 많은 수를 내보내겠다는 게 본점 방침'이라는 소문도 신한은행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분명한 건 올초 신한은행이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낸 220명의 '숫자'가 적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과거 신한은행은 순익 뿐 아니라 시스템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은행이라는 '리딩뱅크'라는 평을 들었다. '산업계에 삼성이 있다면, 금융권엔 신한'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지금도 '맨파워'와 조직의 일사불란함 면에선 신한은행을 따라올 은행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최근 수년 간 국민은행과의 순익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례적 중간 희망퇴직을 받는 이유는 국민은행과의 경쟁에 승부를 걸어보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 은행이 희망퇴직을 할 때 들어가는 1회성 비용은 (시중은행의 경우) 사람 수×3억~4억원 가량이다. 약 200명을 내보낸다면 특별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600억원에서 많게는 8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퇴직금으로 지급된 돈은 당장 연말 순이익에서 차감된다. 그러면 은행은 왜 희망퇴직을 하는 것인가. 당장 순익엔 마이너스이지만 2년 후엔 지나면 재무적 성과(비용효율)로 반영된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 재무 성과는 퇴직 이후 줄어든 인건비와 그에 따른 점포 축소에 따른 비용 축소, 향후 디지털 영업의 효율성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구성된다. 당장 손해가 나지만 2년 후부터는 영구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의 경쟁자인 국민은행은 2019년 1월 613명. 2020년 462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올해 초에도 800명이 은행에서 짐을 쌌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2018년 78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230여명, 지난해 250여명, 올초 220명으로 국민은행에 비해 적었다. 신한은행이 올해 희망퇴직의 재무적 영향이 나타나는 '2년 후'에 국민은행과 승부를 걸어보려면 올해 희망퇴직을 더 받는 게 불가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최근 은행들은 디지털, IT인력을 수시로 뽑는 데 혈안이다. 디지털 금융의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체질을 바꿔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관련분야 외부 임원을 모셔올 땐 파격적인 임금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의 연봉은 아직 연공서열이 강하게 적용된다. 혜택을 높여 '계약직'인 임원 만이라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셈이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은행의 여신, 수신 등 '핵심업무'를 맡았던 인력을 모셔오는 데 혈안이다.한 은행원은 "희망퇴직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창구에서 친절하게 소비자를 응대했던 일반 행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금융산업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을 떠나 새로운 삶을 준비하게 된 이들의 건투를 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은행권에서 4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통상 희망퇴직 대상자는 임금피크제를 앞둔 50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연령대가 넓어진 것이다. 점포 수 감소와 같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인생 2막을 열고자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결과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220명이 떠난 데 이어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다. 한 해에 희망퇴직 신청을 두 번이나 받는 것은 처음이다.현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요구가 컸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직원들의 니즈와 안정적인 제2의 인생 지원을 위해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40대까지 확대됐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직원 △4급 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 중 1972년 이전 출생하고 15년 이상 근속직원이 대상이다. 희망퇴직자에겐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며, 신청은 이날까지다. 국민은행도 올해 40대 대상 희망퇴직…디지털 전환에 '위기감' 팽배이미 은행권에서 40대 직원 대상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연령을 40대 후반으로 넓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월 실시한 희망퇴직에선 800명이 은행을 떠났다. 이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62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희망퇴직 대상은 1964∼1967년생이었지만, 올해는 1965∼1973년생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만 48∼49세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40대 후반 수백명이 은행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NH농협은행은 최근 3년간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직원에 더해 40대의 만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다.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준정년 특별퇴직'을 연간 2회 정례적으로 실시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근속연수 15년 이상·40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올해도 준정년 특별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력의 선순환 구조와 직원들에게 전직 기회를 빠르게 주고자 제도적으로 진행해왔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4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에 나서는 배경은 디지털 전환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해 1년 동안 236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이와 맞물려 채용 트렌드도 변화했다. 올해는 공채 대신 디지털 수시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디지털·ICT 인재를 뽑았으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 분야의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전직을 고민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한 30대 시중은행 직원은 "근속연수 10년을 채우고, 10년 기준으로 회사가 희망퇴직자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며 "임원급으로 가기 힘들다면 차라리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은행권 내 희망퇴직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매금융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도 명예퇴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금융사에서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신입 행원 공채가 10년가량 없었던 만큼, 근속연수가 긴 직원들이 많아 인건비가 높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