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유전자 정보 20개 일치, 최소 9개 일치하면 동일인"
피고인측 "유류품 수집 과정 위법…증거 인정 안 돼"

끈질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재판에 넘겨진 강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유전자 검사를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고선 DNA 정보가 똑같을 수 없다"고 증언했다.

20년전 강간범 체액묻은 휴지뭉치 속 DNA…법정 증거 채택될까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30분 201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한씨는 2001년 3월 제주의 한 가정집의 침입해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한씨는 일찌감치 2009년 5월 성범죄 등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으로, 별도 구속 절차와 관계없이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국과수 유전자과 보건연구관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2019년 한씨의 유전자 정보를 재감정한 장본인이다.

A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국과수에서 미제 사건 현장에서 추출한 1천800여 개 DNA를 재분석하는 사업을 진행했다"며 "이 사건도 그 사업의 일환으로 DNA 재분석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유류품을 재분석해 DNA를 추출했다.

한씨의 경우에는 이미 추출된 DNA를 재분석했다.

국과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건에만 DNA 추출물을 영하 80도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해 두고 있다.

A씨는 "2001년 당시 휴지 뭉치에 묻은 정액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했을 때만 해도 유전자 좌위(정보)가 한씨의 것과 단 4개만 일치했지만, 2019년 재분석 때는 유전자 좌위 20개가 일치했다"며 "최소 9개 좌위가 일치하면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만에 바뀐 검사 결과의 이유로 달라진 유전자 분석 방식을 꼽았다.

A씨는 "우리나라는 현재 짧은 연쇄 반복(STR) 검사 방식으로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유전자 좌위 수는 23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00년대 초반에 사용했던 유전자 검사 방식으로 알아낼 수 있던 유전자 좌위 수는 10개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면서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유전자 좌위가 똑같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다른 유전자 검사법의 경우 검사 결과를 토대로 용의자를 배제해 나가는 방식"이라면 "이번 사건에 사용한 STR 방식은 이 사람이 이 현장에 증거물을 남긴 사람이다, 아니다를 판명하는 검사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한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동의하지 않으면서 향후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경찰이 사건 당시 DNA가 검출된 휴지 뭉치를 증거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위법이라는 것이 이유다.

한씨 측은 DNA 감정 의뢰·회신서 등 검찰이 신청한 증거들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증거 신청이 아니더라도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DNA 감정 의뢰서 등을 확보하겠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부분은 공방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양 측에 세부 내용에 대한 서면 제출을 요구했다.

한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12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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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