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방검찰청 수사팀을 겨냥해 “이해 상충”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이 성 접대·뇌물 사건에서는 피의자로, 출국금지 사건에서는 피해자 신분으로 수사받는 상황과 관련해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수사팀 인사 조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성 접대·뇌물 사건에서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국금지 사건에서는 피해자로 놓고 수사했다”며 “그것을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해 상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사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김 전 차관의 성 접대·뇌물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수사단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출국금지 사건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 부장검사를 교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이번 고검 검사급 인사 폭이 크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1일자로 단행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 이어 이르면 이번주 중 시행될 중간급 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는 법무부가 추진 중인 직제개편이 마무리된 뒤 이뤄질 예정이다. 박 장관은 “검찰 직제개편안 정리도 막바지에 온 것 같다”며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대검과 접점을 찾고 있다.

앞서 대검은 공개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할 경우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 “일선 검찰청이 직접수사를 할 때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 및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검찰 반발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직제개편안이 완성돼야 간부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르면 이번주 최종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받은 이규원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이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윤갑근 전 고검장의 명예훼손 혐의 및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등을 조사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