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선 방역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코로나19 파견 의료진들 중 6개월 이상된 인력들에게 사실상 "그만두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파견 의료진에 대해 지급되는 예산 문제, 누적된 피로로 인한 업무 효율 문제 등을 이유로 삼고 있지만, 병원·선별진료소·요양시설·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일하고 있는 일선 간호사·간병사·간호조무사들은 '토사구팽'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 두 번이나 연달아 의료진에 대한 임금을 체불한데 이어 이번엔 '토사구팽' 논란까지 일면서 "감사함을 표현할 때는 언제고, 이것이 과연 K의료진에 대한 제대로된 처우냐"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의료진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14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4월 '파견인력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인력충원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최초 근무일로부터 6개월 이상이 된 경우에는 충원된 인력으로 파견인력의 업무를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 파견인력 지원·운영 지침' 공문을 예산을 실제 집행하고 있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정부는 현재 파견 의료진의 임금에 대해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문에 따르면 6개월이 넘는 의료진들에 대해 더이상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니, 치료기관이 알아서 민간 인력을 충원해 교체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치료기관들이 경험이나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파견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경험과 시스템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며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또 "코로나19 현장에서 6개월동안 일하면 피로도가 쌓여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인력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들은 갑작스런 지침에 "아직 펜데믹 상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예산문제나 피로도 누적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토사구팽'"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의료진은 "그동안 연이은 격무로 사후 취업 준비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실직상태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람을 갈아넣는다'고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게 해 놓고선 업무효율이 좀 떨어지는가 싶으니 일방적으로 쫓아내려 한다"며 "행여나 오랜 파견 기간으로 인해 피로한 의료진을 위한거라면 선택적으로 의료진들에게 의사를 물어본뒤 원하는 사람에 한해 선택적 교체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자지체에 따라선 공문이 6월 초에나 전달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의료진은 "12월부터 파견근무를 시작한 의료진들의 경우 10일~15일 전에 나가라는 해고통보 받은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정부는 또 이같은 상황이 언론이나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위해 사전에 '언론 접촉금지' 'SNS 활동금지' 등의 내용으로 일선 파견 의료진들과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계약서는 '언론 등과 관련한 외부 접촉은 중수본, 근무지 책임자를 통해서만 한다' '파견 인력으로 활동 중 공적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언론 및 SNS등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K 의료진에 대한 '푸대접'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정부가 파견 의료진 1431명에 대해 185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정부는 언론과 국민의 비판이 제기되자 급작스레 예산을 편성해 임금을 지불했다.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5월 다시한번 의료진 295명에 대해18억원의 임금을 체불하며 논란을 빚었다. 조 의원은 "팬데믹 최전선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수고를 마다않던 코로나 파견 의료진에 대한 근무기간 제한 조치가 과연 의료진과 국민을 위한 최선책인지 의문"이라며 "필요할 때만 찾고, 이제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한다면 국가 위난상황에 어느 누가 선뜻 나서겠나"라며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 현장에서 여러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기존 파견의료진을 돌려보내고 신규 의료진을 받기위해서는 신규 교육비 등을 추가로 투입해야한다"며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자에 한해 연장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등 파견 의료진과 국민 모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126만명으로 1년 새 20만명(19.2%)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진 빚은 총 5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을 함께 갖고 있고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커 소득 감소, 금리 인상 등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빚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금융 지원책이 끝나면 무더기 부실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개인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126만명이었다. 1년 전(105만7000명)보다 20만3000명 늘어난 규모다. 증가율은 19.2%로 1년 전(7%)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시기 통계청이 집계한 자영업자 수가 549만8000명임을 고려하면 전체 자영업자 5명 중 1명(23%)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이들의 총대출 금액은 500조8000억원이었다. 1년 전(42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75조원(17.6%) 늘었고 증가율도 1년 전(9.7%)보다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전체 자영업자 총대출(851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총대출은 자영업자가 사업자 명의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은 물론 개인 자격으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까지 합친 금액이다. 현금흐름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는 사업자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가계대출까지 끌어 사업에 쓰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려면 두 가지 대출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254만여명 중 78%인 199만명이 가계대출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이자 부담이 높은 비은행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차주가 늘었다는 것은 자영업자의 자금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며 “금리 인상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연쇄 부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 5명 중 1명 대출 있는 자영업자 절반은 다중채무자 비은행 빚 더빨리 늘어 "도미노 부실 우려"인천 남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요즘 대출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다. 코로나19로 개점 휴업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소상공인재단 긴급대출, 소상공인 2차 대출, 무이자 경영안정자금으로 6000만원을 빌렸다. 빚을 늘리지 않으려 배달 라이더로 ‘투잡’을 뛰고 5개월 동안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제하면서까지 버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과 매출 절벽이 계속되자 박씨는 그 뒤로도 저축은행에서 700만원, 카드사에서도 500만원을 더 빌렸다. 박씨는 “갈수록 신용도가 떨어져 최근에는 캐피탈, 대부업체에서도 대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14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박씨처럼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말 기준 126만명에 이른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금리가 높은 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을 함께 갖고 있어 이자 부담이 더 크다. 다중채무자는 주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대출이 더 필요한 상태에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 대출을 받으면서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영업자면서 다중채무를 지고 있다면 잠재 부실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 자영업자는 보통 직장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가 크고 빚을 ‘돌려막기’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유주희 나이스평가정보 매니저가 최근 펴낸 ‘차입 규모 변동을 고려한 가계대출 건전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같은 다중채무자여도 자영업자의 잠재부실률이 임금근로자의 잠재부실률보다 항상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가 신용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대출 규모가 1년 전과 같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15.94%로 임금근로자(5.77%)보다 3배 더 높았다. 대출 규모를 늘렸거나 줄인 경우도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보다 부실 위험이 1.2~1.8배 더 높았다. 반대로 자영업자여도 다중채무자가 아니라면 임금근로자면서 다중채무자인 사람보다 잠재부실률이 낮았다. 문제는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의 절반이 다중채무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 차주는 총 254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은 49.5%다. 1년 전(50.5%)보다는 1%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금액 기준으로는 비중이 더 높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총대출은 500조8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 총대출(851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8%에 달한다. 1년 전(57.9%)보다 더 올랐다. 10명 중 8명은 카드론·저축은행·대부업서도 대출자영업자는 카드·저축은행·캐피탈·대부업체 등 비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 높다. 나이스평가정보가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 차주 198만7000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8명(78.7%)은 비은행 대출을 함께 갖고 있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은행에서, 가계대출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경우가 22.4%로 가장 많았고 두 가지 대출 모두 비은행에서만 빌린 자영업자도 11%였다. 자영업자가 사업자 명의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비은행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은 15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8%(26조원) 늘어나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14.1%·49조3000억원)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명대출보다 맞춤형 종합관리 필요"다중채무자가 위험한 것은 ‘부도 전염 효과’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이 한 권역에서 부실해지면 시차를 두고 다른 권역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경쟁력과 업종별 과당 경쟁 여부, 코로나 이후 회복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는 자영업자를 더 깊은 빚의 늪으로 빠뜨리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다중채무자를 그저 부채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코로나를 계기로 산업 재편이 더 빨라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자영업자에게는 채무 조정과 폐업 지원을 병행하고 재교육과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20대 병사가 접종 엿새 뒤 갑자기 사망해 군과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1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소재 육군 모 부대 소속 A병장은 13일 오전 생활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A병장은 지난 7일 부대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받았다. 군 당국은 7일부터 30세 미만 장병 중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진행 중이다.군 관계자는 "(A병장의) 사망 원인 등 세부사항을 조사 중"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군과 보건당국은 A병장의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병 가운데 사망 사례가 보고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지난달엔 30대인 경남 김해 소재 공군부대 소속 B상사가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후 1주일 만에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고 3일 뒤 사망했다.그러나 당시 B상사 유족 측은 부검을 원하지 않아 사망 원인과 백신 접종 간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