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부터 철거 않고 내부 철거…하도급·재하도급업체 10여명 작업 중 붕괴
굴착기 기사 "건물 내부 진입해 철거" 경찰, 붕괴 원인 조사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건물 내부까지 굴착기를 투입해 작업 중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4일 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재하도급 업체인 백솔건설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A씨는 "건물 옆에 쌓인 흙더미 위에 굴착기를 올리고 작업했지만 굴착기 팔이 5층 높이까지 닿지 않아 건물 내부로 굴착기를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건물 내에 쌓인 흙더미 위에서 철거 중인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굴착기도 넘어졌다"며 "이후 건물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은 물론 이전부터 해체계획서대로 위층부터 순차적으로 철거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대로 제때 치우지 않은 흙더미로 인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과 굴착기로 파쇄 작업을 하다가 건물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조사 중이다.

백솔건설이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흙더미와 건물을 와이어로 연결했고 사고 당일 와이어가 끊어졌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고 철거 작업을 이어갔다는 진술 등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10여명, 담당 공무원 등을 상대로도 조사 중이다.

현장에는 한솔기업 소속 현장소장과 작업자들, 백솔건설 대표인 굴착기 기사, 백솔에서 고용한 신호수 2명 등이 있었으며 안전을 감독해야 할 감리자는 없었다.

굴착기 기사 "건물 내부 진입해 철거" 경찰, 붕괴 원인 조사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철거 업무를 3종류로 나눠 진행했는데 석면과 지장물 철거는 조합이 각각 다원이앤씨 컨소시엄과 한솔기업에 맡겼다.

사고가 난 일반건축물 철거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계약했다.

그러나 다원과 한솔 모두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고, 공사를 발주한 조합과 현대산업개발은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잔재물을 정리하고 안전을 점검한 뒤 추가 현장 감식을 진행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지상 5층·지하 1층)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한 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이로 인해 버스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