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좌초 이어 최악 경영평가, 내부 사기 침체 3중고
고은숙 사장 "명확한 역할·책임…조직개편 뒤 경영 정상화 전력"

'제주관광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글로벌 공기업'을 표방한 제주관광공사가 오는 25일 출범 13주년을 맞는다.

코로나에도 관광객 몰리는데…제주관광공사 최대 위기 왜?

공사는 그동안 관광산업 육성,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시내면세점 사업 좌초와 최악의 경영평가, 침체한 내부 사기 등으로 창립 이래 최대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리는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공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진단해본다.

◇ 제주관광공사 총체적 난국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제주관광공사는 총체적 난국이에요!"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의원들이 제주관광공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며 한탄 섞인 말을 쏟아냈다.

혈세를 쏟아부어 공사를 설립했지만 막대한 손실이 이어지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심지어 제주관광공사를 없애고 '재단'의 형태로 재출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주관광공사에 있어 2020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공사는 지난해 4월 만성 적자로 허덕이던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사업을 개점 4년 만에 완전히 접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적자가 쌓이면서 손실액 140억원에 달하는 등 더는 운영이 어려웠다.

코로나에도 관광객 몰리는데…제주관광공사 최대 위기 왜?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제주에 몰려오면서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지만, 공기업이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과 같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었고, 사드와 같은 외부 충격에 너무나 취약했다.

공사는 같은 해 9월 실시된 행정안전부의 지방 공기업 249개 대상 경영평가에서 전국 최하위인 '라'등급을 받았다.

면세사업 부진에 따른 경영 위기로 인해 4년 가까이 정규 인사를 시행하지 못해 일반정규직 137명 중 74.5%인 102명이 승진 연한을 초과했다.

인사 적체에 허덕이는 직원 대부분이 5∼6급 말단 직원이다.

입사는 했지만, 승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매년 실시되는 직원 만족도는 2016년 66.9점, 2017년 58.6점, 2018년 52.4점, 2019년 50.9점, 2020년 51.8점 등으로 하락세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달 2021년도 신입 직원 8명을 공개 채용했지만, 이 중 한 명은 입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급여가 너무 낮다는 것.
말단 신입사원 격인 6급 직원의 초봉은 도내 공기업 중 최하위로,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합산한 수준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다.

최근 제주도와 협의를 통해 임금 수준이 다소 개선됐지만, 경영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에도 관광객 몰리는데…제주관광공사 최대 위기 왜?

◇ 경영정상화 아직 첫 단추도 못 끼웠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3년간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제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제주 관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력해왔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의 업무는 국내외 제주관광 마케팅과 홍보, 연구조사, 관광수용태세 개선 등 제주도의 관광 사업을 대행하는 일종의 대행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사는 제주도가 지원하는 예산에 기대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결여된 채 일일이 제주도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띠고 있다.

제주도의 사전 승인 없이는 공사 사장의 재량에 따라 주도적인 책임 경영이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확실한 수익 사업이 없다는 데 있다.

면세사업이 있지만, 시내면세점은 만성적자로 사업을 접었고 내국인 면세점인 지정면세점(중문면세점)은 조금씩 흑자를 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해외 직구와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내국인 면세점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고, 중문관광단지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줄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코로나에도 관광객 몰리는데…제주관광공사 최대 위기 왜?

제주관광공사는 고은숙 사장 취임 후 작년 12월부터 최악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영진단을 진행했다.

공사는 경영진단을 시행한 뒤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인력 운영방안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조직을 새롭게 한 뒤 코로나19에 따른 관광 위기 극복을 위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과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경영진단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도 못 끼우고 있는 셈이다.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현재 외부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조직개편안을 두고 제주도와 충분한 소통을 지속하며 최종 검토 단계를 거치고 있다"며 "구성원 각자에게 명확한 역할을 주고, 명확한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조직개편이 관광공사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각도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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