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63명이 눈물로 쓴 수기 '내 몸이 증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고통의 기록' 곧 출간

"기침하면서 토하는 큰아들, 기침을 하던 중 발작으로 벤토린을 사용하고도 학교에서 응급실로 실려 가는 작은아들. 고통의 연속이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왜 우리 국민은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민수연씨가 자신과 가족이 겪어 온 고통을 소개한 글의 일부다.

그는 1994∼2002년과 2003∼2011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뒤 알레르기 천식·다발성 근염·만성피로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3∼2008년 5차례 유산까지 했다.

남편과 두 아들은 비염·천식·강직성 척추염·간질성 폐렴·중이염·부비동염 등을 앓고 있다.

시아버지는 천식·폐렴 증상을 보이다 폐암으로 사망했다.

14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민씨를 비롯한 25개 피해자 가족(총 63명)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내 몸이 증거다'가 이번 달 출간된다.

박경환씨(2005∼2007년 노출)는 첫딸이 태어난 뒤 가습기에 물때가 낀 것을 보고 당시 쏟아지던 가습기 살균제 광고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아내는 화학제품을 넣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어련히 알아서 안전하게 만들어 출시하지 않았겠냐'며 걱정 없이 사용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것을 후회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고통의 기록' 곧 출간

세 아들이 호흡기 문제 등을 겪고 있는 박수진씨(2003∼2005년 노출)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간병에 바쳤다.

자신도 건강 피해자이지만 병원에 갈 시간·금전적 여유는 없었다.

그는 "열심히 아이들을 지켰지만, 아이들에게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를 사과해야 했다"고 썼다.

정부의 피해 판정을 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1994년 SK 유공 제품을 사용하다가 폐렴으로 딸을 잃은 이장수씨 가족은 첫 피해 사례일 가능성이 있으나 관련 의무 기록이 없다.

최민선씨(2010∼2011년 노출) 가족도 시부모·남편·딸 등 구성원 모두가 아프지만 피해 판정을 못 받았다.

구제를 기다리다 못한 피해자들은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던 A씨(1999∼2004년 노출)처럼 법률을 공부해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추천사를 쓴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전 한국역학회장)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행 과정은 지연된 정의에 의한 비상식적 반칙의 반복"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유독성 원료 물질의 허가·판매를 사전에 막지 못했고, 피해 사례가 반복 보고됐음에도 확산을 막지 못했으며, 원인을 확인하고도 처벌, 배·보상 등 사후조치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의미는 개인에서 가족으로, 피해의 범위는 신체에서 삶의 안녕으로, 피해의 해결·극복은 경제적 보상의 현실화에서 안전 사회를 위한 장기적 연대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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