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 유도하고 페널티킥 역전골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도맡아…벤투호 3연전 전승 앞장서
레바논 침대축구 부순 손흥민, 감동의 '에릭센 세리머니'
벤투호에서 1년 8개월 만에 골맛을 본 손흥민(29·토트넘)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전 소속팀 동료를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13일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1-1로 팽팽하던 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한국의 역전골을 넣었다.

득점한 뒤 손흥민은 중계 카메라로 달려와 손가락으로 숫자 2와 3을 표현했다.

이어 무언가 말을 하며 카메라에 입맞춤하는 듯했다.

말소리가 중계 영상을 통해 들리지는 않았으나 입 모양으로 미뤄보면 '크리스티안, 건강해야해! 사랑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침대축구 부순 손흥민, 감동의 '에릭센 세리머니'
이날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쓰러진, 전 토트넘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의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번호가 23번이다.

덴마크 대표선수인 에릭센은 이날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핀란드와 경기에서 전반 42분께 그라운드에 갑자기 쓰러졌다.

의료진이 그라운드에 들어가 의식을 잃은 에릭센에게 심폐소생술까지 하는 위급한 상황이 펼쳐졌으나, 다행히 에릭센은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2015-2016시즌부터 2019-2020시즌 전반기까지 3년 넘게 토트넘에서 함께 뛴 사이다.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이날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국내 팬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레바논 침대축구 부순 손흥민, 감동의 '에릭센 세리머니'
레바논은 필드 플레이어 대부분이 깊게 내려서 수비하는 이른바 '침대축구'로 벤투호에 맞섰다.

전반전 벤투호는 고전했다.

상대의 전반전 유일한 슈팅에 선제 실점까지 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손흥민의 발끝이 벤투호 공격의 꽉 막힌 혈을 뚫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송민규(포항)가 머리를 갖다 댔고, 이는 레바논 수비수 마헤르 사브라의 머리를 맞은 뒤 골대로 향했다.

이는 사브라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역전 페널티킥을 만드는 과정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레바논 침대축구 부순 손흥민, 감동의 '에릭센 세리머니'
골지역 오른쪽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남태희가 수비수를 제치다가 핸드볼 파울을 유도했고, 손흥민이 직접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역전골을 책임졌다.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상 격인 하나은행 MOM(맨 오브 더 매치)으로도 선정됐다.

손흥민은 2골을 넣었던 2019년 10월 10일 스리랑카전 이후 1년 8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쳤다.

이번 2차 예선 3연전 중 2경기에 선발로 나선 그는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도맡으며 벤투호의 전승에 앞장섰다.

여기에 오랜만에 A매치에서 골맛을 봤고, 옛 동료를 위한 감동의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 팬들에게 '뜨거운 6월'을 선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