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또 다른 상가건물 해체도 '위태위태'…경찰, 철거공사 전반 수사
광주 학동 4구역 마구잡이식 건물 해체, 참사 현장만이 아니었다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안전을 외면한 해체공사가 마구잡이로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사 발생 약 일주일 전인 이달 초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공사를 사진으로 기록한 A씨는 13일 연합뉴스에 상식을 벗어난 건물해체 상황을 제보했다.

A씨가 촬영한 작업 상황은 건물을 최고층부터 차례대로 철거해 내려가는 일반적인 방식과 동떨어졌다.

건물 중간층부터 측면에서 파고들어 가듯 중장비로 해체하는 공사 방식은 이번 참사와 판박이다.

공사는 사람과 자동차가 오가는 길 주변에서 위태롭게 진행됐고, 행인을 위한 안전장치는 가림막 하나가 전부였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17명이 탄 시내버스를 덮쳤던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뿐만 아니라 학동 4구역 철거공사 전반에서 철거계획서와 안전 규정이 이행되지 않았고, 관리와 감독 또한 부실했다는 정황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주 학동 4구역 마구잡이식 건물 해체, 참사 현장만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계약으로 인해 공사 비용이 줄면서 기간을 단축하려는 무리한 작업이 위험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듯 경찰이 구성한 전담 수사본부는 참사 발생 사흘 만인 지난 12일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확인해 언론에 공개했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 공사는 조합이 다원이앤씨에 석면과 지장물 해체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일반건축물 해체를 각각 맡겼다.

계약과 달리 현장에서는 다원이앤씨, 한솔기업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백솔건설이 석면과 일반건축물 철거를 맡고 있었다.

경찰은 지장물 철거 공사 역시 다원이앤씨에서 다른 업체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계약 사항 등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 학동 4구역 마구잡이식 건물 해체, 참사 현장만이 아니었다
업계에서는 철거공사 업력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한솔기업이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 공사 업체로 지정된 배경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 공사를 주도하면서 이익 분배 구조에 개입하고 업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시장 지배자'가 있는지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

경찰은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 관련 계약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지난 9일 철거 중인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져 정류장에 멈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에 매몰된 버스 차체가 짓눌리면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광주 학동 4구역 마구잡이식 건물 해체, 참사 현장만이 아니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대표 등 모두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시공사, 하도급업체, 재하도급업체 사무실과 관련인으로부터 증거물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