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동원 대신 자발적 참여 유도…산책 겸 쓰레기 줍는 '플로깅'도 유행

"50일 동안 동료들끼리 5억보(步)를 걸으면 회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쾌척하겠습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최근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소외계층 IT 기기 지원사업을 위한 기부금 3천500만원을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일상적인 기부 활동이지만, 방식은 기존과 조금 달랐다.

직원들이 50일 동안 건강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총 '5억 걸음' 이상을 누적해서 걸을 경우 회사가 기부금을 전달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임직원 건강을 위해 걷기 활동을 독려하고, 일상적인 기부에도 직원 참여를 높여 사회공헌의 가치를 내부적으로 공유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5억보 걸으면 기부금 쾌척"…재미 추구하는 요즘 기업 사회공헌

올해 4월부터 진행된 이번 캠페인에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구성원 1천600여명이 참여해 약 5억1천100만보를 누적했고, 약속대로 회사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누적 걸음 수 상위 100인을 '걷기왕'으로 선정하거나 걷기 인증을 많이 한 직원을 '인증왕'으로 선정하고, 걷기 코스를 그림으로 그리게 하는 등 이벤트로 재미를 더했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무료급식 봉사나 연탄 나르기 등 정해진 봉사활동에 직원들을 집단으로 동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미 요소를 반영해 소규모 단위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다.

개인의 삶과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비중이 회사 내에서 늘어나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집단 봉사활동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SK하이닉스처럼 직원들의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을 쾌척하는 '걸음 기부'가 대표적이다.

기아도 지난달 창립 기념일을 맞아 임직원 걸음 1보당 기부금 1원을 적립해 총 1억5천만원을 모금하는 사회공헌 캠페인을 열었고, 현대엔지니어링, 태광그룹, 코오롱 등 여러 기업도 비슷한 걸음 기부 활동을 진행했다.

"5억보 걸으면 기부금 쾌척"…재미 추구하는 요즘 기업 사회공헌

2010년대 후반 유럽에서 시작된 '플로깅(Plogging)'도 유행이다.

플로깅은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동안 쓰레기를 줍는다는 신조어로,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 사회공헌 활동으로 채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서울과 울산, 대전, 인천, 서산, 증평 등 각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깅 봉사를 진행 중이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4인 이하로 모여 플로깅 활동을 하고, 모은 폐플라스틱을 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수거된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으로 제작해 취약계층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활동 방식의 봉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 가족 봉사단은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인근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귀룽나무 600그루를 심었다.

직원들은 한 달 동안 각 가정에서 귀룽나무 묘목을 직접 키우고,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묘목을 옮겨심는 과정에서도 임직원 자녀들이 참여해 나무 심기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늘리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에 재미 요소나 체험활동 등을 반영하고 있다"며 "사회공헌 취지를 더 많은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어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5억보 걸으면 기부금 쾌척"…재미 추구하는 요즘 기업 사회공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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