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경찰 "블랙박스 영상 원칙대로 처리했어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 처리 의혹을 조사해 온 경찰이 9일 "사건 처리 과정에 청탁이나 외압의 정황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당시 서초서의 사건 담당 수사관 A경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원칙대로 보고 절차를 거쳐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책임자급인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팀장도 사건 종결 전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임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혐의가 분명치 않다고 판단한 것인가.

▲ 서장과 과장·팀장은 직무유기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아 담당자인 A경사만 입건해 송치했다.

-- 경찰이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이었던 전·현직 법조인과 정부 관계자 등을 조사했다는데 누구인가.

청와대나 법무부 등 정부 고위 관계자 등도 포함됐나.

▲ 이 전 차관의 통화 상대방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아 구체적인 소속을 확인해주기 어렵다.

법조인과 정부 관계자들의 통화 내역을 일일이 확인했으나 이들이 서초서장이나 형사과장·팀장, 담당자인 A경사 등과 통화한 기록은 하나도 없었다.

-- 통화기록을 모두 확인한 결과 어떤 형태의 부탁이나 청탁도 없었고, 청와대·법무부 관계자도 관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나.

▲ 진상조사단의 임무는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음을 파악한 후 청탁이나 외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통화 내역 분석과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관련자 조사 등을 벌인 결과 그런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 통화 상대방들에게 이 전 차관과의 통화나 외압 행사 여부를 단순히 질문한 것 외에 더 나아가서 조사한 사실이 있나.

▲ 통화 이유를 물어본 뒤 이 전 차관을 19시간 동안 조사하면서 크로스체크를 했다.

많은 양의 통화내용이 일치하는지를 봤으나 모순점이 없었고, 청탁이나 외압의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 서초경찰서장 휴대전화 데이터 중 삭제된 부분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돼서 이 사건과 관련 없다고 판단한 건가.

▲ 통화 내역은 삭제될 수 없고 문자 등 일부 데이터가 삭제된 정황이 있다.

그러나 삭제된 패턴이나 분량을 봤을 때 의도적으로 지운 정황이나 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 서초서 관계자들은 왜 이 전 차관을 '평범한 변호사로만 알았다'고 했나.

▲ 허위보고된 부분은 감찰 조사 예정이며 그 결과로 대신 말하겠다.

--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은 이 전 차관의 신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면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 규칙상 변호사 관련 사건은 서울청에 보고하게 돼 있으나 '서초동에 변호사들이 워낙 많고 관련 사건도 많아서 보고를 못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 책임을 묻기 위해 감찰 예정이다.

-- 증거인멸 관련 이 전 차관 행적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기록이나 가족·주변인 조사가 진행된 게 있나.

▲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했다고 이해해 달라.
--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와 정보과에서는 이 사건을 사전에 알고 업무 연락을 했다고 하는데 모두 확인했나.

▲ 지역 경찰이 출동한 사안이라 생활안전과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실무자들 사이에서 의견 교환 형태로 사안이 공유된 것일 뿐 상부로 보고된 사실은 없었다.

-- 담당 수사관이 지역 경찰에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넘어온 사건을 단순폭행 혐의로 변경한 시점은.
▲ 지난해 11월 9일 오후 1시 51분에 담당자가 죄명을 변경하기 위해 보고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 사건 발생은 11월 6일이다.

-- 서초경찰서가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단순폭행이 아니라 특가법 위반으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나.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 특가법 혐의 부분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고 판단할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검찰에서 같은 사건 조사를 진행 중이라 말하는 게 온당치 않다.

-- 서초경찰서장이 공수처장 후보로 이 전 차관이 거론된다는 걸 안 뒤 '증거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있나.

▲ 서장이 구두로 지시한 사실은 복수의 사람이 들은 바 있다.

-- 조사 결과 서초서 말단 수사관의 '개인적인 일탈'로 결론을 낸 것인가.

▲ 담당 수사관이 동영상 존재를 확인하고 원칙대로 보고 절차를 거쳐 처리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처리 절차가 적절치 못했음을 아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죄송하다.

다만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증거인멸 부분은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