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고발자가 요구한 문구 포함한 것에 불과"…경찰 6명 입건 수사
대리수술 내부고발 의사 "병원 측 내부 규범에 대리수술 허용"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한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고 있는 광주의 한 척추병원이 병원 내부 규범에 대리 수술을 사실상 허용하는 조항을 마련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광주 A 척추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정황을 폭로한 의사 B씨는 9일 연합뉴스에 "병원 측이 내부적으로 대리 수술을 허용하는 조항이 담긴 내용"이라며 '원장단 성과급제 도입'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2018년 5월 원장단 사이에서 공유된 이 내부 공지에는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할 사안이 기재돼 있다.

부칙 '수술 및 시술 규범' 2항에 'OLM 드릴링부터, suture 전까지 참여한다.

다른 원장 동반 수술(어시스트) 시 퍼미션 받을 때 환자 동의를 받는다'고 적시했다.

척수 수술 중 하나인 'OLM(open laser lumbar microdicsectomy·미세 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은 통상 ▲ 피부 절개 ▲ 척추뼈 절삭(드릴링) ▲ 디스크 절제술 ▲ 피하조직 봉합(suture) ▲ 피부봉합'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모든 수술 행위는 의사가 모두 직접 해야 하지만, A 병원은 내부 규범에 수술의 시작과 끝인 절개와 봉합은 의사가 참여해야 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리수술 내부고발 의사 "병원 측 내부 규범에 대리수술 허용"
B씨는 경찰에 제공한 동영상과 수술 기록 자료를 근거로 "피부 절개와 봉합은 상습적으로 의료인도 아닌 'PA'라고 불리는 간호조무사들에게 맡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사가 해야 할 행위로 규정한 것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드릴링, 디스크 절제 등 주요 수술행위도 간호조무사나 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의사에게 내맡겨진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A 병원은 2018년 원장단 소속 의사들이 고령화로 적극적인 진료를 하지 않아 내부 불만과 진료 실적 저하가 이어지자 원장단 성과급제(인센티브)를 도입, 시행했다.

수술 의사 중심의 인센티브 도입안에 반대하던 B씨는 인센티브 방안에 각종 시술과 수술을 모두 의사가 직접 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다른 원장들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B씨는 피부 절개부터 봉합까지 수술 모든 과정을 담당의가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로 '스킨 투 스킨' 원칙을 제시했지만, 다른 원장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피부 절개와 봉합을 제외해 '대리 수술'을 사실상 용인하는 조항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개원 초기에는 수술 의료진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리 수술이 행해졌지만, 수술 의사 등 의료진의 숫자가 충분히 늘어난 만큼 대리 수술을 근절해보자는 취지로 최소한의 조항을 인센티브 안에 포함했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병원 대표원장은 "인센티브 안에 의사의 수술 참여 범위를 포함한 것은 B 의사가 지속해서 포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며 "B 의사가 요구한 대로 문구를 넣었는데, 이것을 두고 마치 대리 수술을 용인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 규정이 여러 차례 논의 결과 마련됐지만, B 의사가 이후 제명 등으로 병원 동업을 하지 않아 제대로 (시행) 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경찰청은 B씨가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 수술 관련 자료 등을 근거로 해당 병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 의사와 간호조무사 6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리수술 내부고발 의사 "병원 측 내부 규범에 대리수술 허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