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수학 기초가 너무 부족해요. 4학년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없을까요.”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는 이모씨(28)는 최근 학부모들로부터 이런 요청을 자주 받고 있다. “상담하는 학부모의 30% 정도는 자녀의 원래 학년보다 낮은 학년의 수업을 듣기를 원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학부모들은 작년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말한다”며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타난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최대한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관리’ 해주는 학원도 인기

교육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학생 수가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공교육이 무너진 결과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드는 흐름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치동 학원가 강사는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에게 비상이 걸렸다”고 입을 모은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은 부모 도움 없이 학교 원격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더구나 3~6학년은 1~2학년과 달리 ‘매일 등교’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중학교 진학을 코앞에 둔 5~6학년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치동 A영어학원은 지난 1일 기초 영어단어를 모르는 초등학생을 위한 ‘여름학기 특별반’을 개설했다. 강사 최모씨는 “지난 1월에 마련한 겨울학기 특별반보다 인기가 더 많아 등록한 학생 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5인 이내 적은 학생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소수정예’ 학원도 인기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학생 개개인을 꼼꼼히 관리해 온라인 수업으로 불규칙해진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준다는 게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B수학학원은 2시간30분은 수업을 하고, 2시간30분은 학습상담을 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1 대 1 맞춤 관리로 학생들의 진도를 점검해 개별적으로 학습 계획을 짜주고 숙제를 내주기에 학부모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원들의 수강료는 대개 주 2회 기준으로 한 달에 50만~60만원 수준이다. 유명 강사가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의 수강료와 맞먹는다.

“사교육 의존도 더 높아질 것”

공교육 붕괴는 기초학력 저하뿐 아니라 ‘교육 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줄면서 이전보다 시간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에서 몇 학년을 뛰어넘는 ‘월반 수업’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으로의 진학을 노리고 있다.

대치동에선 입학시험을 치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특수 학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1 자녀가 있는 한 학부모는 “좋은 학원에 들여보내기 위해 아이를 다른 학원에 보내 준비시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학력 저하가 공식 확인되면서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월 ‘코로나19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늘었다”고 답한 학부모는 57.9%에 달했다. 권익위는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비 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박예린·맹진규 인턴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