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억울하게 입건"…법조계 "증거인멸 적용 가능"
이용구 폭행 피해 택시기사 휴대폰서 영상 삭제 정황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 피해자인 택시 운전기사가 폭행 당시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정황을 수사기관들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은 그간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디지털 포렌식과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택시 기사 A씨가 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촬영본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이 차관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각각 입건한 상태다.

이 차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택시 기사는 폭행 사건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8일 합의한 뒤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는 요청을 거절했고,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어 택시 기사 A씨가 입건된 데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당시 이 차관은 A씨의 딸 명의 계좌로 합의금 1천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폭행 사건 다음 날인 11월 7일 한 블랙박스 복구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한 뒤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촬영본은 약 37초 분량으로, 이 차관이 택시 안에서 욕설하며 기사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담겼다.

A씨는 같은 달 11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담당 수사관에게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은 "못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과 경찰은 이후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이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이 차관 요청을 받아 영상을 삭제했다면 형사입건 가능한 행위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영상 사본'으로 보더라도 이를 지웠다면 증거인멸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수사기관에서 원본에 준하는 새로운 주요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차관은 '원본'을 언급했지만, 블랙박스 영상은 저장용량 한계를 고려해 시일이 지나면 '덮어쓰기'로 언제든 지워질 수 있어 휴대전화 촬영본을 굳이 사본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이 차관의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은 이 차관과 A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폭행 사건 자체를 재수사하는 검찰도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한 이 차관은 이날 연가를 내고 법무부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의 사표는 이날 중 수리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