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불법파견 소송... 대법서 최종 승소
불법 파견 소송에서 이례적으로 회사 측이 1심, 2심을 승소해 눈길을 끌었던 사건이 대법원에서도 최종 결론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사건이다.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1월 20일자 ‘한경 CHO Insight’는 판결문을 입수해 상세히 분석한 내용을 실은 바 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정모씨 등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현대중공업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심리불속행으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헌법, 법률, 대법원 판례에 위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바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판결문에는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짧은 문구만이 기재된다. 대법원에 사건을 들고 간 근로자 측 법률 대리인으로서는 본안 심리도 받아보지 못한 게 아쉬울 수 있다.

조선소에서 이뤄지는 선박 건조 작업은 원청업체와 함께 여러 하청업체(협력업체)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 공정도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유다.

“회사 측이 승소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내 법무팀-현장 실무자-전문 로펌’ 사이의 긴밀한 협업에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말이다. “법률 지식에 해박한 변호사들도 작업 현장의 세부적인 업무 특성까지는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불법 파견 사건은 사실 판단 기준도 불명확해 소송 수행이 매우 어렵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

2심인 부산고법 판결문에는 근로자 측을 대리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과의 치열한 법리 공방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작업 인원과 휴일 근무자까지 원청에서 직접 파악한 점을 근로자 측이 주장했지만, 법원은 회사 측 반론에 수긍했다. 산재 예방을 위해 작업 현장의 인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소방업무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동차 생산과 명확히 구분되는 업무지만 현대차가 제공한 체크리스트, 소방 설비별 유의사항, 소방안전교본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현대차 환경안전팀의 결재도 받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같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계속 넓어지는 과정에서 대법원 승소까지 끌어낸 것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상민 변호사는 2011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0년 넘게 노동 사건을 담당해 온 베테랑 변호사다. 한경 CHO Insight 포럼의 전신인 한경GWP클럽에서 ‘취업 규칙 변경과 근로조건’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회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최종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