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0기)이 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굳건한 방파제가 돼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제도개혁에 따라 새롭게 변화된 형사사법제도를 하루 빨리 안착시켜, 국민을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검찰에 남겨진 6대 중요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는 필요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라는 기조에서 이어져 온 이른바 '검찰개혁'을 완성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변화된 형사사법제도'란 앞서 진행된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보인다. 법조계선 형사사법 개편 자체가 '속도전'으로 이뤄진 탓에 곳곳에 빈틈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한은 커졌지만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검찰과 공수처는 공수처법 해석 등을 두고 계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선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만 수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초기대응에 검찰이 빠져 수사 공백이 생겼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총장은 모든 검찰업무를 ‘조직 편의’ 위주에서 ‘국민중심’으로 대이동 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사자의 개별 사정, 피해자 입장을 고려치 않은 채 형식적,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말자는 취지다.

이어 김 총장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처럼 신속한 사건 처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에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해서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프로포폴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걸려있는 만큼 얼마나 '신속히' 처리할지는 두고봐야 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들은 이광철 비서관 등을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검은 아직까지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우리는 모든 사건에 대해 사회적 능력과 신분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수사착수부터 수사종료에 이르기까지 수사 전 과정에서 공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검사는 "말이야 쉽다"며 "그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