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도착한 산크리스토발 섬 모든 서식지서 폐 플라스틱…대부분 해류 타고 유입
갈라파고스 '고질라' 등 희귀 생물도 플라스틱 오염 노출
섬마다 고유종이 많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로 꼽히는 갈라파고스 제도마저도 플라스틱 오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의 해변과 주변 바닷물은 물론 해양생물의 몸 안에서도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영국 엑시터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과 '갈라파고스 보존 신탁'(GCT), '갈라파고스 과학 센터'(GSC) 등의 연구진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

오염실태를 조사한 총 14개 모래 해변 중 13곳에서 4천61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으며. 모래 표면 50㎜ 이내에서 1~5㎜ 크기의 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이 조사대상 15곳 중 11곳에서 검출됐다.

찰스 다윈이 1835년 비글호를 타고 처음 도착한 산 크리스토발 섬에서는 모든 해양생물 서식지에서 플라스틱 오염물이 발견됐다.

특히 바다의 '고질라'라는 별명을 가진 희귀종인 '마린 이구아나'가 이용하는 해변을 비롯해 심한 곳에서는 1㎡당 400개 이상의 플라스틱 오염물이 확인됐다.

갈라파고스 '고질라' 등 희귀 생물도 플라스틱 오염 노출
또 따개비와 성게 등 해양 무척추 생물 7종 123개체를 조사한 결과, 52%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홍살귀상어와 고래상어, 바다사자, 바다거북 등을 포함한 주변의 해양 척추동물들도 플라스틱 오염물을 삼키거나 떠다니는 줄에 얽힐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이상 플라스틱 오염물 중 갈라파고스 제도 내에서 나온 것은 약 2%에 불과해 대부분은 해류를 타고 섬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신 저자인 엑시터대학 '지구시스템연구소'의 세리 루이스 부교수는 "갈라파고스가 가진 깨끗한 이미지는 이 섬들이 플라스틱 오염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팀은 훔볼트 해류를 타고 태평양 동부의 바닷물이 흘러드는 동쪽 해변의 오염이 가장 심한 곳으로 지적하면서 고질라가 서식하는 '푼타 핏'(Punta Pitt)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 '고질라' 등 희귀 생물도 플라스틱 오염 노출
고질라 역시 섬 내 다른 '유명' 생물과 마찬가지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만 존재하는 종으로 개체 수가 500마리가 채 안 되는데 플라스틱 오염물 속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고질라를 비롯해 27종에 대한 관리와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GCT의 젠 존스 박사는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해양 무척추 생물은 "갈라파고스에서만 사는 더 큰 종을 지탱하는 먹이사슬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플라스틱 오염물이 얼마나 멀리 이동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1천㎞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의 플라스틱 오염은 "오염원부터 차단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라면서 "해변을 청소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갈라파고스 '고질라' 등 희귀 생물도 플라스틱 오염 노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