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사업계획 못세우고 투자·사업 무기한 지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업체들 가운데 금융당국에 정식 등록을 신청하는 곳이 최종 20여곳에 그칠 전망이다.

P2P 금융이란 온라인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1·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P2P 금융은 작년 8월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시행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됐으며,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등록한 업체만 P2P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업체도 1년의 유예기간 안에 등록을 마치도록 했으며, 오는 8월26일까지 등록을 완료하지 못하면 등록 완료 시까지 신규 영업이 금지된다.

금융당국의 정식 P2P 금융업체 등록을 위한 심사가 길어져 빠르면 6월에야 '1호' P2P 금융업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들은 심사 지연으로 투자와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P2P금융 등록신청 최종 20여곳 전망…당국 심사 '하세월'
◇ P2P 금융업체 정식 등록 신청 14곳…10여곳 추가 신청 준비
31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금융당국에 정식 등록 신청서를 낸 P2P 금융업체는 총 14곳이다.

1차로 피플펀드, 8퍼센트, 렌딧, 오션펀딩, 와이펀드, 윙크스톤파트너스 등 6개 업체가 작년 12월부터 시작해 연말·연초에 등록 신청을 마쳤고, 2차로 투게더펀딩, 펀다, 어니스트펀드, 헬로펀딩, 나이스abc, 모우다 등 8개 업체가 5월을 전후로 잇따라 등록 신청을 냈다.

이외 추가로 10여곳이 금융감독원과 사전 컨설팅 형식으로 서류 검토와 면담 등을 진행하며 당국에 정식 등록 신청을 하려고 준비해 왔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업체만 P2P 금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온투법 시행으로, 부실 업체가 상당수 걸러지며 업체 간 '옥석 가리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2P 업체 수는 지난해 8월말 기준 230개에서 지난 4월말 현재 113곳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당국 심사를 거쳐 살아남는 P2P 업체가 많아야 20여곳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당국 심사 기약 없이 미뤄져…6월 '1호 업체' 나올까
당초 P2P금융 업계에서는 정식 P2P금융 '1호' 등록 업체가 연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금융당국의 심사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빠르면 6월에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1차로) 신청한 6개 업체는 되는 곳부터 결정할 텐데 언제가 될 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심사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심사 지연'에 대해 신청 업체들의 서류 보완과 대주주·신청인 요건의 사실 조회 등에 시간이 걸렸고, P2P업체들의 법정 최고금리(연 24%) 초과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법적 이슈도 불거져 심사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은 P2P 금융업체 6곳이 차주로부터 연 24%를 초과해 이자와 중개수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3∼6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이에 대한 금융위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

P2P 업계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교체 가능성,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만료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거취 문제도 심사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P2P금융 등록신청 최종 20여곳 전망…당국 심사 '하세월'
◇ P2P 업체들 "투자·사업 무기한 지연…소비자들도 혼란" 불만
올해 초 정식 '1호' 업체 탄생을 기대했던 업계에서는 늦어지는 등록 심사로 인해 사업 계획, 고객 유치 및 투자 유치 등에서 전방위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당수 대형 업체들은 작년 8월말 온투법 시행 이후부터 제도권 진입을 위한 준비를 해 왔으며, 연초부터 정식 등록 업체가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이 소수의 적격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대형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도 가능해져 P2P 금융업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등록 지연으로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어서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작년 말에 등록될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등록이 5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다 보니 온투업 등록 후에 진행할 예정이던 투자와 사업들이 무기한 지연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현재 P2P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어떤 회사가 건전한지 분간이 안 되는 채 온투업 정식 등록을 마친 업체들을 이용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점 소비자들이 P2P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관심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 금융당국 "투자자 P2P 업체 영업 중단 대비 필요"
100여 개 P2P금융 업체들 가운데 정식 등록을 거쳐 살아남는 업체가 30곳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오는 8월 말 미등록 업체들의 무더기 영업 중단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월26일까지 등록을 완료하지 못하면 등록 완료 때까지 신규 영업이 금지된다.

이 시한이 다가올 수록 자진 폐업하거나 일반 대부업체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은 P2P 업체가 영업 중단될 때를 대비해 청산 업무(채권 추심, 상환금 배분 등)를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P2P 투자는 원금 회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경고할 뿐이다.

금융당국에서도 미등록 업체 등의 영업 중단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걱정하며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제도권 밖에 있던 업체들이고 이들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에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체가 폐업하거나 일반대부업체로 업종 전환하더라도 대출 채권 회수와 투자자에 대한 원리금 상환 업무를 계속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책임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업체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