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고 배상액 산정시 기존 질병·장애도 감안해야"
교통사고로 노동능력을 잃어 이를 보상하기 위한 장래 수입을 평가할 때는 사고가 나기 이전부터 겪고 있던 장애나 질병 정도를 먼저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인 A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원심의 피고 일부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 14일 오전 자택 부근 왕복 10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의식장애·사지마비 등의 영구적인 신체 손상을 입게 됐다.

1심은 A씨가 무단횡단을 했지만, 운전자가 전방과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며 운전자에게 70%의 사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기대수명만큼의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과 앞으로의 치료비·간호비 등을 계산한 뒤 이 금액의 70%와 위자료 등을 더해 7억2천여만원을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보험사는 이번 사고 전인 2016년 9월 A씨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사회적·직업적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던 만큼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보험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가 이번 사고 이전에 이미 노동능력이 40% 상실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고로는 60%의 노동능력을 잃었다며 1심보다 적은 3억7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 조회를 받은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고가 사고를 당하기 전에 뇌출혈 후유증으로 노동능력을 100% 상실한 상태였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왕증(이전부터 있던 질병이나 장애) 기여도로 40%만을 고려한 것은 원심이 노동능력 상실률 산정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일실수입 손해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