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10% 돌파·해외여행 기대감 고조…트래블 버블 지연에 업계 시름

'트래블 버블' 수개월째 감감무소식…국제선 회복 희망끈 놓치나

"올여름엔 정말 해외여행 갈 수 있을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인구 대비 10%를 넘으면서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백신 상호 인증 등 여러 인센티브를 검토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에도 항공업계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정부가 상반기 내 협정 체결을 공언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 권역) 협정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고용유지금 지원대책은 다음 달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로 국제선 실적 97% 급감…코로나 확산세로 협상 차질
트래블 버블이란 방역 우수국 간에 일종의 안전 막을 형성해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올해 3월 초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을 본격 추진한다는 국토부 발표는 고사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제선 여객 실적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할 때 97%가량 급감했고, 항공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트래블 버블은 항공사들이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생존책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공식 추진 발표가 나온 지 3개월째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은 감감무소식이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인 상반기 내 협정 체결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이 늦어지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500∼600명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자칫 해외 여행객을 받았다간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래블 버블' 수개월째 감감무소식…국제선 회복 희망끈 놓치나

◇ 싱가포르 등과 트래블 버블 최종 합의 임박…"국제선 활로 뚫어야"
다만 한국 정부 역시 트래블 버블 협정을 위한 실무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30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실제 싱가포르 등 몇몇 국가들은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 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를 거의 마무리하고 '최종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 정부가 최종 합의를 앞두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 등은 되레 한국과의 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어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이처럼 협정 체결이 늦어지자 정부가 항공사들을 상대로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화물 수요라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만,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은 LCC는 그야말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전 LCC의 매출 구조에서 국제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의 80%가 사라진 셈"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고사 위기의 항공업계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의 금융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제선 항공기를 조금이라도 띄울 수 있도록 외교적·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래블 버블이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협정을 맺는다고 해서 바로 두 나라 간에 바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트래블 버블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어놓고도 양국의 코로나19 상황 변화로 시행이 두 차례 미뤄진 상태다.

하지만 당장 트래블 버블 시행이 어렵더라도 선제적으로 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화되면 언제든 트래블 버블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트래블 버블' 수개월째 감감무소식…국제선 회복 희망끈 놓치나

◇ 백신 상호 인증 형평성 등 논란…트래블 버블 보완적 추진 필요
정부의 해외여행객 관리 방안은 예방 접종력 상호 인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마친 이들의 자가격리 면제를 위해 해외 여러 나라와 예방접종력 상호 인증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용법에 따라 완료하고 면역형성 기간 2주를 넘긴 사람에 대해서는 해외여행 후 입국 시 '14일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해준다.

다만, 해외에서 접종한 경우라면 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가 그대로 부여되고 있다.

접종 이력을 명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아직 없고, 이력을 속이고 자가격리에서 면제될 경우 국내 방역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접종 증명서 발급과 진위 확인을 위한 국가 간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합의국부터 자가격리를 상호 면제한다는 방침이지만, 나라별로 접종률 차이가 큰 데다 인증 방법 등에 대한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또 백신 접종자만을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할 경우 자칫 형평성 문제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백신 상호 인증과 트래블 버블을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상호 인증은 인증 방법 등 여러 가지 합의할 사안이 많고 아무래도 합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꼭 상호 인증이 아니더라도 교류 물꼬를 틀 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완전히 근절되긴 어렵고 감기처럼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포스트(post) 코로나19'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19'로 해외여행객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14일간 자가격리로 인해 사실상 국경이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트래블 버블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하늘길을 열자는 게 항공업계나 여행업계의 간절한 바람"이라며 "국토부와 문화부, 외교부, 방역당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항공수요 회복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