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감기 코로나 모두 듣는 '교차 반응' 항체 발견
범용 '코로나 백신' 기대…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감기 바이러스 '면역 기억', 신종 코로나도 통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와 감기 바이러스(common-cold virus)는 모두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다.

표면에 스파이크 돌기가 뻗어 나온 바이러스 입자의 모양이 왕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코로나'라는 명칭이 붙었다.

인간에게 감염해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MERS-CoV), 계절성 인간 코로나(HCoVs) 4종 등 모두 7종이다.

여기서 '계절성 인간 코로나'가 흔히 말하는 감기 바이러스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가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돼 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오래 세월 지속한 감기 바이러스 노출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면역 반응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이 질문에 답할 수도 있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와 감기 코로나에 '교차 반응(cross-reactive)'을 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발견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모든(또는 대부분의)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를 내는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논문으로 실렸다.

2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항체는 추후 검사에서 사스 바이러스( SARS-CoV-1)도 중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기 바이러스 '면역 기억', 신종 코로나도 통할 수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레이에스 안드라비(Raiees Andrabi) 면역학·미생물학과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채취한 혈액 샘플과 코로나19 환자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해 온순한 코로나(감기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에 교차 반응하는 항체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 항체는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가 공유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기초 부분에 주로 결합했다.

스파이크 돌기의 몸통에 해당하는 이 부분은, 코로나바이러스 아종(亞種·strain) 간의 유전적 변화가 많지 않다.

안드라비 박사는 이 항체의 생성에 '기억B세포(memory B cell)'가 관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던 기억B세포가 코로나19가 진행되는 동안 다시 가동됐다는 것이다.

기억B세포는 특정한 병원체를 표적으로 삼아 항체를 생성한다.

처음 침투한 병원체를 기억하고 있다가 같은 질병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면 항체 형성 임무에 재투입된다.

이번 발견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에 통하는 '범용 백신(pan-coronavirus vaccine)' 개발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범용 백신의 효능 범위엔 미래에 출현할 코로나바이러스 아종(또는 변종)도 포함된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데니스 버턴(Dennis Burton) 면역학 석좌교수는 "다른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또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효능 범위가 넓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희망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감기 바이러스 '면역 기억', 신종 코로나도 통할 수 있다

버턴 교수 랩(실험실)은 현재 여러 유형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막는 중화항체도 연구 중이다.

인플루엔자는 미래에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미국 워싱턴 의대와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 과학자들은 지난 1월 중순,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면역 회피' 진화 흔적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저널 'eLife')
계절성 인간 코로나 4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절반인 2종(OC43, 229E)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높은 비율의 '항원 변이'가 발견됐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이때 발견된 변이는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감염할 때 도움을 주는 스파이크 단백질 영역(S1)에 몰려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