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발병률 2위 '자궁경부암'

'HPV 바이러스'가 주원인
70~80% 감염 2년 내 자연 소멸
이른 나이 성관계 발병률 높여

증상·예방법은
출혈·붉은색 분비물 있을 땐 의심
허리·골반에 통증 오고 체중 감소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6만1892명. 지난해 자궁경부암을 치료하기 위해 한 번 이상 병원을 찾은 환자 수다. 하루 평균 170명꼴이다. 여성암 발병률로 따지면 유방암에 이은 ‘넘버2’다. 조기에 발견해도 자궁을 적출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만으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99% 막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증상은 어떤지, 백신은 언제 맞는 게 좋을지, 왜 남성도 맞는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등 자궁경부암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월경 아닌데도 출혈 있으면 의심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와 질이 만나는 ‘자궁목’ 쪽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HPV 바이러스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HPV 바이러스 종류는 15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16형, 18형에 걸리면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이 10배까지 치솟는다.

HP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무조건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도 70~80%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HPV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흡연이나 다른 성병의 감염, 영양 불균형, 잦은 출산과 피임약 복용 등이 자궁경부암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끌어올리는 원인 중 하나로 ‘너무 이른 나이에 갖는 성관계’가 꼽힌다.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사춘기 때는 자궁경부의 상피세포도 변하는데, 자궁 면역력이 약해지는 이 시기에 성관계를 맺게 되면 HPV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질에서 피가 나거나 붉은색의 분비물이 나온다. 월경 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으면 자궁경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한 경우 허리, 배, 골반,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치료는 병 진행 상태에 따라 다르다. HPV 바이러스로 인해 종양이 생겼지만, 아직 암으로 번지지 않았다면 해당 부위만 도려내면 된다. 암세포가 자궁 주변까지 깊숙이 침투한 초·중기 환자라면 자궁을 아예 들어내야 한다. 다른 장기로 번진 경우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추가될 수 있다. 생존율은 높은 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4~2018년 자궁경부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5%였다. 위암(77%), 폐암(32.4%), 간암(37.8%) 등 다른 주요 암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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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경험 전 백신 맞아야 효과↑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미리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을 3회 모두 접종하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16·18형)를 99% 예방할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첫 성관계를 맺기 전에 접종해야 한다. 특히 만 9~14세 아동·청소년기에 백신을 맞으면 나중에 접종받는 것보다 면역이 잘 형성된다.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HPV 백신은 총 세 가지다. 미국 제약사 MSD가 만든 ‘가다실’ 4가와 9가, 영국 제약사 GSK의 ‘서바릭스’ 2가다. 만 12세 여아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따라 가다실 4가와 서바릭스 2가를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두 백신 모두 기본적으로 고위험군 HPV 16·18형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이보다 예방 범위가 넓은 가다실 9가를 원하면 개인 비용을 내야 한다.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다실 9가 기준으로 1회 접종비는 약 13만~23만원이다. 모두 3회 맞아야 하는 만큼 총 비용은 36만~69만원이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HPV 바이러스 감염을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백신 무료 접종 사업 덕분에 최근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가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텍사스대와 위스콘신대에 따르면 HPV 백신 접종을 한 번이라도 받은 여성의 HPV 16·18형 바이러스 감염률은 2.4%로, 접종받지 않은 여성(12.5%)에 비해 10.1%포인트 낮았다.

청소년기가 지났더라도 예방 접종을 받는 게 좋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HPV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을 만 9~26세 여성에서 만 9~45세까지 확대했다. 연령·성경험 등과 관계없이 HPV 백신을 맞는 게 맞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뜻이다. 이미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더라도 백신을 접종하면 재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HPV 백신을 맞는 남성도 늘고 있다. 남성도 HP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강·인두암, 항문암, 음경암 등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남성의 경우 HP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암이나 생식기 사마귀(곤지름)가 생길 수 있다”며 “성관계를 통해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만큼 예방 접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호주 등은 현재 HPV 필수 접종 대상자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
증상 없어 초기 진단 어려워…정기검진 ‘필수’
백신을 맞았더라도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백신으로 막지 못하는 ‘1%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궁경부암은 자가진단이 어려운 만큼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대다수 자궁경부암 환자는 초기에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말기에 이르러서야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만 20세 이상은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은 기본적으로 자궁경부를 솔로 문질러 세포를 채취하는 ‘자궁경부 세포진 도말 검사(PAP 테스트)’로 이뤄진다. 검사 시간이 1~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간단하다. 단 검사 24시간 전부터 성관계나 질 세척을 피해야 한다. 월경 중에는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에서 비정형 상피세포가 검출되면 재검사를 받거나 HPV 검사, 조직 검사 등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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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암 검진 사업에 따라 홀수 연도에 태어난 성인 여성은 올해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짝수 연도에 태어났더라도 올 6월 30일까지 예외적으로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검진을 받지 못한 대상자를 위해 검진 기간을 연장해 줬기 때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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