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필요한 것은 추가 인력 공급으로 실질적 충원"
휴식보장·특별휴가 조치에 "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가능이나 하나"
부산시 코로나 격무 대책 내놨지만…현장 반응은 '미지근'
부산시가 격무에 시달리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숨진 것과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은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선 보건소 인력 보강과 근무 여건 대책을 밝혔다.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일하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코로나19 관련 격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지 5일 만이다.

대책안은 간호 73명, 보건 37명, 의료기술 24명 등 정규직 공무원 143명을 선발, 1개월 빠른 9월에 배치하고 임시직 공무원을 추가 채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부산시가 발표한 대책을 두고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은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원 인력으로 예정된 정규직 공무원 143명은 지난해 퇴직, 휴직 등으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당초 투입이 예정된 인원이다.

지난해 말 결원을 집계, 지난 3월 채용 공고에서 확정된 인원이다.

한 8급 간호직 공무원은 "한 달 빨리 현장에 배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추가 인력 공급을 통한 실질적 충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빈자리에 인력을 채우는 것은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9월로 예정된 인력 배정 시기 역시 당장 부딪힌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는 당장 6월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휴직 신청자가 급격히 늘고, 백신 접종자가 급증하면서 현장은 더욱 바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정작 가장 바쁜 시기에는 충원이 안 된다"며 "사명감,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던 공무원도 이제 한계에 달해 육아 휴직, 병가 등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6개월이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인력 공백 문제는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시 코로나 격무 대책 내놨지만…현장 반응은 '미지근'
시가 발표한 휴식시간 보장 역시 제대로 된 인력 충원 없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거세다.

시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은 휴직하도록 하고 교차근무, 근무교대 등을 통해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관련 업무 전 직원에게 3∼5일간의 특별휴가를 차례로 부여해 피로도를 줄인다는 취지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조직에서 휴가를 쓰라 하더라도 감히 누가 쉴 수 있겠냐"며 "인건비를 올려 실질적인 인력을 충원하고, 방역 관련 센터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등 업무 강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충원과 휴식 시간 보장, 고충 상담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경호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고충 상담 제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호화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있다"며 "업무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되 무리가 있으면 건의할 수 있도록 통로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다음 달 1일 진상조사단을 꾸려 숨진 간호직 공무원 이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 유족 역시 업무상 재해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