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국회 앞서 산재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죽지 말고 일하자"…'김군' 5주기 구의역에 빼곡한 메시지
"그곳에선 평안하길", "이제 그만 죽자, 그만 죽여라!", "일하며 '살고' 싶다"…….
2016년 홀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당시 19세)이 숨진 지 꼭 5년을 맞은 28일 정오께, 당시 사고가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는 김군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바쁘게 오가던 시민들도 '추모의 벽' 역할을 하는 9-4 승강장 옆 안전문에 붙은 메모들을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추모의 벽 아래에는 김군을 비롯한 산재 사망 노동자들을 애도하는 국화꽃 여러 송이가 놓였다.

숨진 김군의 가방에서 뜯지 못한 컵라면이 나왔던 것을 기억하며 컵라면과 생수를 놓고 간 이들도 있었다.

인근 주민 성모(66)씨는 "지하철에서 내리다 이쪽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서 들여다보게 됐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벌써 5년이 지난 걸 알았다"며 "누가 죽고 나면 말로만 사과하는 일은 그만두고 정부가 재발 방지에 힘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 열아홉 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변을 당한 김군을 위한 '생일상'도 마련됐다.

도시락과 컵라면 옆에 놓인 생일 케이크에는 숫자 초와 함께 "천천히 먹어, 내일 생일 축하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대학생 정모(21)씨는 "나보다 어린 나이에 밥도 못 먹고 일하다 죽었다는 사실이 정말 가슴아프다"며 "5년이 지났는데도 비슷한 사고가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했다.

"죽지 말고 일하자"…'김군' 5주기 구의역에 빼곡한 메시지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청년전태일 등 청년·청소년 단체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고 출신이었던 김군을 추모하며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종민 청년 전태일 대표는 김군을 향한 추모 편지를 낭독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씨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먹고살기 바쁜 청년들이 사고를 당한다"며 "불평등과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죽은 청년의 가족들이 자식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동교육의 제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사장은 "구의역 김군이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하고, 그 기업에서 사고를 당한 것처럼 특성화고 학생들 역시 그러한 문제에 놓여 있다"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노동교육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구의역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평택항에서 300㎏ 철판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를 추모했다.

이어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고 산재 사망 희생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죽지 말고 일하자"…'김군' 5주기 구의역에 빼곡한 메시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