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안전 교육에 '일단 현장에 나가서 배워라'는 식"
산재 사망자 62.2% '신입사원'…"제대로 된 교육 시급"
[구의역 사고 5년] ②바뀌지 않은 산업현장…안전은 뒷전
'구의역 김군' 사고는 산업현장의 재해위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현장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27일 산업현장에서 만난 청년노동자들은 부실한 안전교육과 주먹구구식 업무투입 등에 따른 안전 위협요소가 여전히 현장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역무원인 이모씨는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일부 역 매표와 고객센터 상담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사에서 발생하는 온갖 안전사고 처리까지 떠맡는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이어폰을 선로에 떨어뜨렸으니 주워 달라"는 승객의 요청 해결부터 겨울이면 선로에 어는 고드름 제거까지 그의 몫이다.

그때마다 열차가 오지 않는 새벽시간에 틈을 봐 선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불이 나 소방차가 올 때까지 연기를 들이마시며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불을 껐다.

이후 어지러움과 두통을 느껴 병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회사로부터 의료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부가적인 업무까지 맡고 있음에도 입사 초기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이론교육과 실습을 해야 하지만 형식적인 교육 이후 '일단 현장에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사람이 없어 바로 실무에 투입한 것"이라고 했다.

'구의역 김군'처럼 승강기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업무를 하는 청년들도 신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찔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정비직원은 "신입들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현장에 배치됐고,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일을 해나가야 했다"며 "매뉴얼도 없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이어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초기 직무교육이 부실한 탓에 젊은 신입직원이 일하다가 사망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2일에도 경기도 평택의 부두에서 이선호(23)씨가 300㎏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숨졌다.

그는 사전 안전교육도 받지 못하고 안전장비 없이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의역 사고 5년] ②바뀌지 않은 산업현장…안전은 뒷전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2020년 9월 산재사고 사망자 2천486명 중 62.2%에 해당하는 1천547명이 6개월 미만 노동자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1천262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하며 산업재해 발생이 우려되는 건설현장 등의 상시점검을 담당하는 최종진(63)씨는 젊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현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지난해 경기도의 한 건설현장에서 군복무를 갓 마친 듯한 젊은 청년들이 안전모 대신 야구모자만 쓴 채 작업에 투입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업계 특성상 작업자들은 대부분 하도급업체에서 파견된 단기 노동자들로 업무가 고정적이지 않다"며 "그런 사람들이 현장에서 안전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하니까 일 못 하겠다'고 문제제기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자치단체별로 어사대·노동안전지킴이 등을 운용하며 산업현장 계도활동을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 문제 등을 지적하며 작업중지를 권고해도 권한이 없어 사용자 측이 되레 업무방해라며 따지는 일이 잦다고 한다.

최씨는 "최근 노동경찰제 도입 논의와 같은 맥락에서 현장 계도 인력에게 작업중지권 등 권한을 주고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