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26일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았다면 오는 7월부터 공원이나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달부터는 직계가족 모임 시 인원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를 위한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 70%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이루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게 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확진자가 하루 500명을 웃돌고 변이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접종률을 끌어올리려고 무리한 대책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다음달부터 9인 이상 가족모임 가능”

백신 1차 접종만 해도…7월부터 마스크 벗고 등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은 1회 접종만으로도 감염을 90% 예방할 수 있고 사망은 100% 예방된다”며 “이런 효과에 근거해 예방접종에 따 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방역수칙을 단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최소 한 번 이상 맞았다면 당장 다음달부터 직계가족 모임의 인원 제한 조치가 면제된다. 현재 직계가족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6월부터는 백신을 맞은 사람은 인원수를 셀 때 제외된다. 예컨대 가족 중 3명이 백신을 맞았다면 미접종자 8명을 포함해 총 11명까지 모일 수 있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진 경로당과 복지관 내 모임·활동도 자유로워진다.

7월부터는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야외 전파 가능성이 낮은 데다 1차 접종자의 타인에 대한 전파력도 매우 낮다”고 했다. 다만 행사, 집회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야외라도 마 스크를 써야 한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접종 완료자’의 일상은 더 자유로워진다. 7월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이 풀리고, 카페·식당 등 실내외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인원 제한을 면제받는다.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관람할 때도 접종 완료자만 있는 별도 구역에서 음식을 섭취하거나 함성을 지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금전적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1차 접종자와 접종 완료자는 6월부터 국립공원·생태원·공연장 이용료를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국립과학관과 자연휴양림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1차 접종자 혜택은 ‘자충수’ 될 수도”

백신 접종을 증명하려면 모바일 앱을 통한 전자 증명서나 종이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시설관리자에게 증명서를 보여주고 접종 사실을 확인받으면 된다. 정부가 접종자에게 ‘접종 배지’를 나눠주기로 했지만 예방접종증명서로는 쓸 수 없다.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모방 제작할 우려가 있어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했다고 거짓 주장하는 사람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완화는 12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계속 의무화된다”고 했다.

정부가 1차 접종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보수적 관점에서 백신의 완전한 효과는 2회차 접종을 하고 2주 뒤 나타난다”며 “방역 관련 인센티브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변이바이러스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1차 접종자까지 인센티브를 주면 2차를 맞지 않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