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들 "온라인 홍보·설문조사 탓에 투표율 낮아"
교육청 "코로나로 가정통신문 활용 못 해 온라인 방식…재투표 불가"

교육 당국의 경기 화성 병점지역 학생 재배치 계획이 학부모 찬성 미달로 무산된 가운데, 일부지역 학부모들이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을 문제 삼으며 재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화성 병점지역 초·중 이전 무산되자 재투표 요구 집단 민원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화성벌말초를 2025년까지 능동지구 내 '능동1초' 신설 부지로 옮기고, 기존 화성벌말초 자리에 진안중을 이전하는 내용의 학교 이전 계획을 세웠다.

이는 화성벌말초가 송화초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병점지역 내 중학교 3곳이 모두 북쪽에 몰려 있고, 최근 병점 남쪽으로 병점지구·능동지구 등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장 북쪽에 있는 진안중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화성벌말초와 진안중 학부모를 상대로 이전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화성벌말초 찬성이 기준치(60%)에 미달하는 53.7%로 나와 이전 계획은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화성벌말초가 이전할 예정이었던 '능동1초' 부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탓에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재투표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능동1초 부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학교 이전은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교육청과 해당 학교들은 문서가 아닌 학교 정보 알림 시스템인 'e알리미'를 통한 홍보와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2년 전 1차 투표 때보다 '무응답·기권' 비율이 높아 전체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만큼 재투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화성벌말초는 학부모 588명 중 465명(79.1%)이 응답해 316명(53.7%)이 찬성했고, 진안중은 650명 중 593명(91.2%)이 응답해 398명(61.2%)이 찬성했다.

이는 2년 전인 2019년 같은 사안에 대한 두 학교 설문조사 결과, 응답률이 각각 93.6%, 98.7%였던 것과 비교할 때 다소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학교 이전을 찬성하는 학부모와 '능동1초' 부지 인근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이 1차 때는 문서로 된 가정통신문을 배포한 뒤 수거하는 방식으로 조사했으나, 이번에는 e알리미를 통한 온라인 조사를 벌여 참여율이 낮았다고 주장한다.

또 학교 이전에 대한 설명도 서면 가정통신문이 아닌 e알리미로만 홍보하다 보니 사안 자체를 알지 못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표가 끝난 후 26일 오후 현재까지 화성오산교육청에는 100건이 넘는 재투표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화성오산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등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 e알리미로 홍보하고,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사전 안내, 10일부터 14일까지 학부모 설명회 영상자료 유튜브 게재, 17일부터 21일까지 조사 기간 매일 e알리미 홍보, 마지막 날에는 문자메시지로 투표 참여 독려 등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상 재투표는 어렵다"며 "특히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반대 민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공정성 차원에서도 객관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다시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