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사리장엄구 보존처리 과정서 확인
"이성계 건국염원 담은 금강산 사리병은 최고급 석영유리"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직전인 1390∼1391년 금강산에 발원(發願·신에게 소원을 빎)한 사리장엄구의 사리병 재질이 일반 유리보다 만들기 어려운 석영유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물 제1925호 '금강산 출토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 일괄' 보존처리 과정에서 사리병 재질을 조사해 불순물이 적게 들어간 최고급 석영유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성계는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건국의 염원을 담아 영산(靈山) 금강산에 사리장엄구를 모셨다.

사리장엄구는 부처나 고승의 유골인 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장치를 뜻한다.

금강산 사리병은 높이 9.3㎝, 지름 1.2㎝, 무게 31g이다.

위아래에는 도금한 은으로 만든 받침대와 마개가 있으며, 내부에는 사리 받침대를 뒀다.

박물관은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사리병의 파손된 부분을 붙이고 사라진 부분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재질을 분석해 이산화규소가 98% 이상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물질의 밀도에 대한 상대적인 비인 비중은 2.57로, 2.6인 석영과 유사했다.

신용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반적인 유리는 유리의 녹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나트륨, 칼륨, 납을 넣거나 안정제인 산화칼슘을 쓴다"며 "일반 유리의 이산화규소 비율은 대략 60∼70%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신 연구사는 "1천도 미만의 열로 제작하는 일반 유리와 달리 석영유리를 만들려면 1천500도가 넘는 열이 필요하다"며 "석영유리 강도는 일반 유리의 2배로, 수준 높은 기술과 노력이 있어야 석영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의 사리병은 14세기 우리나라 유리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이라며 "석영유리 재질의 사리병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계 건국염원 담은 금강산 사리병은 최고급 석영유리"

국내에서 석영유리 재질 유물로는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에서 나온 백색 유리구슬 6점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구슬은 고려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혜선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석영유리는 지금도 반도체나 광섬유에 쓰이는 고급 재료"라며 "사리병 내부의 기포를 보면 광물이 아니라 유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신라시대를 넘어가면 유리보다는 도자기를 많이 만든 경향이 있는데, 유리 제작 기술이 퇴화하지는 않은 듯하다"며 "사리병의 정확한 제조 과정을 밝히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32년 금강산 월출봉 석함(石函)에서 발견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는 백자 그릇 4개와 라마탑형 사리기, 팔각당형 사리기, 청동 그릇으로 구성된다.

이성계는 많은 신하와 함께 사리장엄구를 발원했는데, 이번에 조사한 사리병을 라마탑형 사리기에 넣은 뒤 다시 라마탑형 사리기를 팔각당형 사리기에 봉안했다.

사리병을 포함한 사리장엄구는 국립춘천박물관이 8월 15일까지 여는 특별전 '오색영롱-유리, 빛깔을 벗고 투명을 입다'에서 공개된다.

"이성계 건국염원 담은 금강산 사리병은 최고급 석영유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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