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사망한 손 씨 추모 집회(사진=연합뉴스)
한강서 사망한 손 씨 추모 집회(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 대학생 조 모(19) 씨가 석촌호수에서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조 씨는 오후 11시쯤 서울 송파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이날 자정쯤 가족에게 "친구와 헤어지고 이제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석촌호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사고 당일 오전 1시쯤 조 씨가 석촌호수 옆 산책로에서 휴대전화를 보면서 오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택시를 두 차례 호출한 기록이 있었으나 택시 기사는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전화를 끊었다'고 해 사망 경위를 두고 의문이 일었다.

당시 경찰은 부검 결과 '익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별다른 범죄혐의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조 씨 실종된 이후 바로 신고하고 폐쇄회로(CC)TV 분석까지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다른 관할로 서로 미루며 사건을 지연시켰다"며 해당 장소에 성인 남성 허리 높이의 울타리가 설치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실족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약 2년 반이 지난 후 한강 반포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실종된 지 엿새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씨 사건과 관련해 일부 국민들이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을 불신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손씨 사건, 국민에게 브리핑하라" 왜 그들은 경찰 믿지 못할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초경찰서는 손 씨 사건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모두 브리핑해달라"는 글이 21일 올라왔다.

실종된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익사 추정' 소견도 나왔으며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왜 이 같은 요구가 사흘간 3만여 명의 동의를 얻게 된 것일까.

청원인은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저나 주위 사람들은 매일 잠도 못 자며 모든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객관적인 증거인 cctv, 폰포렌식 작업 등 신빙성 있는 자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목격자 진술에만 수사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국민들을 방구석 코난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구석 코난'으로 불리는 국민들은 서초경찰서를 포함한 경찰과 언론에 대하여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원인은 "누가 봐도 의문점이 생길 법한 내용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하기에 허위사실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은 오로지 진실을 원하고 있다. 백번 천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저출산대책 필요 없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손 씨와 마지막까지 동석했던 친구 A 씨와 A 씨의 부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휴대전화 분석까지 마친 결과 통신 기록을 삭제하거나 의심스러운 메시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손 씨 죽음을 진상을 규명하라"며 그가 숨진 한강공원에서 진상 규명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해군은 현장 지휘소를 차려놓고 손 씨 친구 A 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을 벌였지만 찾지 못했다. 당시 A 씨는 자신의 전화가 아닌 손 씨 휴대전화만을 가지고 귀가했다.

경찰은 사라진 손 씨 신발 등 추가 단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손 씨 신발과 A 씨 휴대전화기를 찾는다고 해서 손 씨 사망 경위를 뚜렷이 밝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손 씨 실종 당시 낚싯배에 타고 있던 7명이 한 남성이 걸어서 물로 들어가 수영하는 듯한 모습을 봤다고 증언함에 따라 신발에 묻은 흙을 해당 수중의 토양과 비교하는 작업 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손 씨 아버지가 공개한 손 씨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 기록이 실종 이후에도 계속 있었다는 점을 들어 A 씨가 이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 이용내역만으로 휴대전화 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누군가 조작하지 않아도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이 스스로 데이터(백그라운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23일 JTBC 뉴스에서 A 씨가 한강을 가족과 다시 찾아 펜스를 뛰어넘는 CCTV가 공개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손 씨 아버지가 새로 공개한 CCTV에는 4월 25일 사건 당일 새벽 5시 12분쯤 친구 A 씨와 A 씨 가족이 한강 공원에 도착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손 씨 아버지는 이에 대해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펜스 2단을 넘어서 심지어 손도 넣고 간다"며 "블랙아웃은 고사하고 술 취한 기운도 없어 보인다"며 만취해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친구 A 씨의 말을 믿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손 씨 아버지가 이처럼 의문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새벽 잠에서 깬 A 씨가 집에 귀가한 후 가족과 함께 한강을 찾아 손 씨를 찾는 과정에서 손 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손 씨 아버지는 "우리에게 연락도 안 하고 (아들을) 빨리 찾으러 갔다는데 바로 그 장소로 직진했다. 그 위치를 알려준 거는 친구밖에 없을 거 아니냐"며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된 정황을 설명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앞서 SBS 뉴스에 출연해 "4시 반에 집에 택시 타고 돌아갈 때 일반적으로 친구가 없어진 것을 알았으면 손 씨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잘 들어왔어요?'하고 물어보는 게 상식적이다"라며 "A 씨 가족이 손 씨 가족에게는 전화를 안 하고 세 명이 그 일대를 배회하고 수색을 했다. 손 씨가 집에 갔을 수도 있으니 물어만 봤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빌미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백 전 팀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빌미를 준다. 수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대로 사건 발생 초기라 할 수 있는 25일 새벽 A 군이 잠에서 깨어보니 친구가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날 버리고 혼자 가다니'하고 분노하고 집에 돌아가서 자는 게 일반적인데 A 씨는 자신이 친구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전화기로 통화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집에 가서 부모와 함께 한강으로 돌아가 수색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부추겼다.

과연 A 군은 술에서 덜 깬 상황 속에서 어떤 장면들을 기억하고 진술했기에 부모는 그 새벽에 아들 친구를 찾아 한강으로 달려가야 했던 걸까.
 '한강 사망 대학생' 신속한 수사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한강 사망 대학생' 신속한 수사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국민은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한강공원에 안전을 지켜줄 CCTV가 부재했던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울러 두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시고 노숙한 끝에 꿈 많은 대학생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 '이 같은 비극이 내 가정에도 일어나도 명확히 원인을 알 수 없겠구나'하는 불안감에 이처럼 공권력에 비판을 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0분쯤 한강에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목격했다는 낚시꾼들의 증언과 관련해 그가 손 씨 본인인지 최종 확인 없이 발표해 혼란을 부추겼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YTN에 "아무리 안전하게 수영을 하러 들어갔다 할지라도 한강을 수영하는 장소가 아니고, 또 일반 수영장과 달리 한강물의 조류는 완전히 다르다"라며 "국민은 '아니, 4시 40분에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장검증을 통해 4시 40분에도 충분히 사람이 식별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80m 바깥쪽에서도 물속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