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신 제조강국' 도약
美, 정부차원 첫 백신 파트너십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러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러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공장에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와 함께 코로나19와 독감을 한 번에 잡는 ‘결합 백신’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이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손잡았다.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공식적인 백신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의 ‘백신 동맹’을 통해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서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 ‘백신 제조 허브’로 도약
보건복지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러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부 장관,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로부터 백신 원액을 받아 바이알(유리병)에 무균 충전한 뒤 라벨링·포장 등을 하는 완제의약품(DP) 공정을 맡는다. 기술이전, 시험생산을 거쳐 전 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규모는 수억 회분에 달한다. 상업생산 시점은 이르면 7월 말~8월께로 알려졌다. 존 림 대표는 “전 세계 백신 수요에 대응해 하반기 초부터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생산 물량의 일부가 국내에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은영 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올해 안에 모더나 백신 4000만 회분을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삼바, 이르면 7월부터 모더나 수억회분 생산한다

차세대 백신도 한·미 공동개발
SK바이오사이언스도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및 독감 결합 백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안동 공장에서 시범생산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선 3분기께 정식 허가가 점쳐지고 있으나 국내에선 이보다 빨리 허가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

연구개발(R&D)부터 생산까지 mRNA 백신 기술 기반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모더나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mRNA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국내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방셀 대표는 “한국에서 잠재적인 제조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도 mRNA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와 연구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양국 과학자·전문가·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그룹’을 조만간 구성할 방침이다.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미국의 첨단기술과 한국의 제조생산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보건 위기에 공동 대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우수한 생산 역량, 인적자원, 품질관리 수준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 백신 공급도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접종일정 앞당겨질 듯
미국 정부는 한국군 55만여 명에게 접종할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군 전체가 맞을 수 있는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군과 미군은 자주 접촉하고 있다”며 “모두의 안녕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백신 종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화이자·모더나·얀센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백신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논의하기로 했던 ‘백신 스와프(백신을 미리 받고 나중에 갚는 방식)’는 불발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국만 특별히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라며 “한국보다 훨씬 더 못한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의 핵심인 ‘원액 생산(DS)’이 아니라 DP 공정을 맡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정 사무국장은 “DS 위탁생산에 비해 단순공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mRNA 위탁생산 기반을 처음으로 갖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mRNA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워싱턴=공동취재단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